靑 “北 몰상식 감내않겠다” 강경 선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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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금강산에 군부대 배치”
‘서울 불바다’ 언급하며 도발 위협… 김여정 “철면피” 文대통령에 막말
文대통령 “굉장히 실망스럽다”
靑-통일부-軍 “北 응분의 책임”

남북 긴장속 연평도 순찰 북한이 17일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며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날 합참의장 주재로 전군 주요 작전지휘관 
화상회의를 실시한 군은 접경지역에서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안에서 이날 군이 야간 순찰을 하고 있다.
 연평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남북 긴장속 연평도 순찰 북한이 17일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며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날 합참의장 주재로 전군 주요 작전지휘관 화상회의를 실시한 군은 접경지역에서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안에서 이날 군이 야간 순찰을 하고 있다. 연평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며 군사 도발을 위협하자 청와대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사리분별 못 하는 언행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남북이 전면적인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든 것.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최근 북한의 행태를 두고 “화가 났다”고 했다. 한반도 긴장 상태가 현 정부 들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김여정의 담화 등 7건의 담화와 논평, 보도 등 말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남북 협력을 강조한 15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스스로 ‘말폭탄’이라고 규정한 담화를 내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역겹다)”며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금강산 및 개성공단 내 군대 주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병력 진출, 서해 군 훈련 재개 등의 군사행동계획을 내놨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판문점선언에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와 2000년 6·15 남북군사합의까지 파기하겠다고 나서자 청와대와 통일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20분간 차례로 나서 북한을 맹비판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김여정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도 북한의 군사행동 위협에 대해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추진에 대해 “현 시점에서 어려운 게 아닐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청와대가 전례 없는 강경 대응으로 전환한 것은 남북관계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북 특별사절단(특사) 제안을 거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김여정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비공개로 제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정 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에 대한) 우리 측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남북관계 위기#연락사무소 폭파#문재인 정부#대북 강경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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