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회귀하나…한반도 긴장 고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5일 06시 23분


코멘트

김정은 잇따라 백두산行…美에 크리스마스 시한 압박
美 트럼프 2년 만에 '로켓맨' 발언, 무력 사용 시사해
北, 南에 금강산 시설 철수 요구 후 남북관계도 '냉각'
전문가 "강대강 대치 국면 전환…대화·협상 난항 예상"
"남북, 북미관계 단절 예상 외로 빨리 닥칠 수 있어"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잇따라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한 데 이어 백두산을 방문하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하는 등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에 언급했던 ‘로켓맨’ 발언을 다시 꺼내며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지난 10월 북미간 스톡홀름 실무 협상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며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으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했던 2017년의 긴장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잇따라 백두산行에 중대결심 임박 관측

‘새로운 길’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표현이다. 북한은 스톡홀롬 실무협상이 ‘노딜’로 끝난 후 연말까지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강경 노선 회귀를 포함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에는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감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삼지연을 찾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10월16일 백두산에 오른 지 47일 만이다. ‘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삼지연 일대는 김 위원장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방문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특히 4일에는 말을 타고 백두산에 올라 혁명 전적지를 답사하며 또다시 국내외 시선을 집중시켰다. 백두산 등정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정천 군참모총장 육군대장을 비롯해 군종사령과 군잔장, 당 간부들이 동행했다. 비핵화 연말 시한을 앞두고 백두산 등정을 통해 중대 결심을 예고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의 리태성 미국담당 부상은 담화를 통해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면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 사실을 예고한 것도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변화한 대내외 정세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고 결정하려고 회의가 소집된다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오는 17일이 서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일이기 때문에 17일과 25일 사이가 북한이 정한 마지막 시한”이라며 “내년 신년사와 새로운 길에 대한 기본적인 구상을 공표하기 전에 미국이 셈범 변화를 암시하는 안전 보장 등에 대한 발언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이후 새로운 길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2년 만에 ‘로켓맨’ 발언…무력 대응도 시사

미군은 해군 해상초계기 P-3C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키는 등 일주일 사이에 9차례의 특수 정찰기를 전개하며 북한에 대한 감시와 정찰을 강화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위치를 발신해 북한에 추가적인 무력 시위를 억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년 만에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켓맨’은 북미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에 내놓았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는 확실히 로켓을 쏘아 올리길 좋아한다. 나는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국면에서 북한과 강경하게 맞서는 것이 미국 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다”며 “새로운 샘법을 내놓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강경 대응하는 것이 국내 정치적으로 유리하는 계산을 끝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역시 “트럼프의 무력 사용 발언은 지난 10월 이후 링 밖으로 나가려는 북한을 다시 안으로 몰아넣고 저지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시위가 불가피하고, 북한은 내년 초에 열본 열도를 지나는 미사일을 통해 트럼프를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강산 南측 시설물 철거 요구에 남북 관계도 냉랭

북미간 대화가 제자리걸음을 하며 남북 관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전면 철수를 지시한 데 이어 지난달 11일에도 우리 정부에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했다.

이후 남측은 실무회담 등 관광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거나 공동점검단을 운영하자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북한은 실무회담을 거절한 채 철거를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시계가 멈추면서 북핵 대화에서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해왔던 한국이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트럼프의 무력사용 가능 언급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연말 시한의 새로운 셈법 제시에 대한 거부 의사를 사실상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북미간 다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대화와 협상 재개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미 간에 이견 차이가 너무 크고 우리의 중재 동력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남북관계 단절과 더불어 북미관계 단절이 예상 외로 빨리 닥칠 수 있음을 고려해 비상한 각오로 만반의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으면 외교·안보 쓰나미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