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례 논란’ 속 트럼프 “文대통령 만날 땐 시간 구애 안 받고파”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25일 09시 31분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향한 기자의 질문을 가로채는 듯한 행동 등으로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만나는 한미정상회담 때는 ‘시간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하는 등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 있어 나름의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와 함께 녹지원을 가로질러 만찬이 마련된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6.29뉴스1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와 함께 녹지원을 가로질러 만찬이 마련된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6.29뉴스1
당초 한미정상회담은 23일 오후 5시15분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직전 일정인 이집트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다소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 숙소인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을 찾아 한미정상회담을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한미정상회담 외에도 싱가포르, 이집트 등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한미정상회담은 이에 따라 예정보다 15분쯤 지연돼 5시30분부터 열렸다. 이후 회담은 65분간 진행됐는데, 이는 본래 예정돼 있던 회담 소요시간인 45분을 20분이나 넘기며 진행된 것이다.

서로 통역이 필요하다보니 시간이 더 든 탓도 있겠지만 한미 정상이 그만큼 더 밀도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구나 24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자들에게 “뒷시간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며 한미정상회담을 자신의 회담 일정 중 가장 늦은 시간으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고 싶은 만큼 얘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례 논란도 이 연장선상으로 생각한다면 문 대통령과의 대화시간을 좀 더 벌기 위했던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23일) 자신과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약 5분간 쏟아진 기자들의 17개 질문에 모두 답했는데, 그중 문 대통령을 향한 질문도 자신이 답을 하는 행동 등으로 논란이 됐다.

한 기자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느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미사일 발사 중단을 말하길 원하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우리는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김 위원장과는 그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지금 미국은 북한과 전쟁 중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끝냈다. 기자들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에 대한 배려는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읽힌다. 미국측 기자들의 질문 중에는 총기규제나 중동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식의 정상회담과 상관관계가 없는 질문들도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해 세세히 답을 했다.

총기규제 문제와 관련해선 “민주당 의원들이 터무니없이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행위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지난 4·11 한미정상회담 때도 문 대통령이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현안 등의 질문에 상세히 답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면서도 짓궂은 면이 반영된 탓으로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정상회담 때 나온 기자들의 질문을 기계적으로 17개로 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고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17차례에 걸쳐 마치 17개의 각기 다른 질문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중 대부분은) 기자의 질문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무슨 질문인지를 묻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있어 그 질문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약 5차례 정도 기자에게 질문이 무엇인지 되묻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됐을 때 문 대통령에게 부인 김정숙 여사를 언급하며 “그레이트 우먼(Great woman)”이라고 친근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30일 방한(訪韓) 당시, 한미정상회담 후 공식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김 여사는 굉장히 특별한 분”이라며 “국가를 굉장히 사랑하시고 문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6월30일) 이보다 앞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1+4’ 소인수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영부인께선 한국에 대한 아주 많은 사랑과 좋은 힘을 갖고 계신 분”이라며 “아주 훌륭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뉴욕·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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