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데스노트(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는 대부분 낙마해 만들어진 조어)’에 올리지 않기로 하면서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 보인다.
심 대표는 “축하만 드리기에 어려운 사정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정의당은 조 장관 임명과정에서 고심이 컸다”고 털어놨다.
심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사법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말씀하셨고 촛불로 시작된 개혁이 수구보수의 장벽에 막혀 좌초돼선 안 된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며 Δ로스쿨 제도 개혁 Δ상가임대차보호법 실행 Δ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 Δ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에 대한 후속조치 등을 주문했다.
10분가량 이어진 심 대표의 발언 속에 질책이 묻어나올 때마다 조 장관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 대표는 “어제 따님이 소환조사를 받고 오늘 아침에 5촌 조카분의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사모님께서 소환조사도 받을 것”이라며 “언젠가 조 장관님도 소환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 조 장관을 믿고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께 큰 부담이 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제 가족과 관련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지않는 것은 당연하고 보고 자체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유 대표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대검차장한테 수사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해달라고 했다는 말이 나왔다”며 “이 상황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된) 공보준칙 개정 문제가 나오는 것도 참으로 어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김 차관 발언은 제가 부임하기 전 이임식 날 사적으로 얘기한 것을 언론 보도로 알았고 발언 조심하라고 경고 준 바 있다”며 “피의자 수사 관련 준칙은 박상기 장관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져 있었고 최종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유 대표는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해 조 장관을 향해 “사법 개혁의 걸림돌이 될 것”, “청문회 전부터 자진사퇴만이 적절한 해법이라 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 위해 도움될 일인지 숙고해줄 것” 등의 발언을 쏟아냈고 조 장관은 “말씀 깊이 새겨듣겠다”는 대답을 반복헀다.
신임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인사의 여야 지도부 예방은 관례적으로 있었지만 이날 조 장관에게 쏠린 관심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조 장관이 이동하는 동선마다 그를 수행하는 법무부 직원과 기자들이 뒤엉켜 혼잡한 상황을 빚었다.
기자들은 ‘딸 논문의 대학입시 활용 여부’나 ‘한국투자증권 직원의 하드디스크 교체 인지 여부’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조 장관은 입을 꾹 닫은 채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 “길을 비켜주시겠어요”, “(가는 길이) 이쪽입니까”와 같은 말을 할 뿐이었다.
거대 양당보다 기자들의 관심이 적은 정의당이나 대안정치연대 등의 예방 일정에도 기자들이 몰리자 해당 정당 관계자들은 놀라거나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기자들을 보며 “정의당 때문에 많이 오신 게 아니라 장관때문에 많이 오셨네”라고 말했고,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는 “우리 대안정치연대가 원래 인기가 없는데 조 장관이 온다니까…”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조 장관의 국회 예방에는 일정이 변경되거나 추가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점심 직후에 예정됐던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과의 만남은 사전에 공지된 장소와 다른 곳에서 비공개로 진행됐고 국회 경호원까지 나서 주변을 삼엄히 감시하기도 했다.
유성엽 대안정치 대표와의 만남도 이날 오전 갑작스레 잡혔다.
대안정치 관계자는 “우리가 아직 정당은 아니지만 의원수로는 4위이고 법사위원회 위원인 박지원 의원과 법무부 장관을 했던 천정배 의원도 속해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우리에게 일체 연락 없더라”며 “기자들이 대안정치는 왜 안가냐고 물으니 그제야 아차 싶었을 것이다. 정무적 감각이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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