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따른 미사일 도발 왜?…“교섭력 우위 점하려는 의도”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31일 16시 53분


코멘트

북, 25일에 이어 31일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
북미협상 안 풀리자 압박…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 촉구도
폼페이오 "리용호와 ARF서 만나길 기대" 의사 재차 피력
"북미대화 안 풀리자 말보다 행동 앞서, 우위 점하려는 것"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엿새 만인 3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상으로 추가 발사했다.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한 달째 지연되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한미 정부를 동시 압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발사한 데 이어 오전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

며칠 사이 북한의 잇단 도발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북미대화 재개에 진전이 없고,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미 대화가 여전히 안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번에 메시지를 한번 보냈는데 총론에서 변하는 게 없으니 8월로 들어서면서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이 더 움직이지 않으면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향후 북미가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갈 때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교섭력) 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면 된다”면서 “미국이 지난주에도 북한과 판문점에서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자신들의 입지를 고려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만들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방한 시 동행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 당국자와 만났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북한이 공식적인 회담을 재개할 용의를 보였느냐’는 질문에 “북측은 그들이 곧 논의를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답했다.

특히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다음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회의에 참석, 실무협상과 관련해 현지에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무부도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8월2일~3일 열리는 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리용호 외무상이 직접 방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태국 정부에 불참을 통보, 북미 고위급회담은 무산됐다. 따라서 양측 간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의가 더욱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측이 생각을 바꿔 ARF에 참석한다면 북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내 기자회견 문답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ARF 각료급 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날 기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콕에서 북측과 만나느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모르겠다. 북한 측이 방콕 행사에 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 온다면 리용호 외무상과 만날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굉장히 좋을 것이다. 그들이 오는지 지켜볼 것이다. 만약 온다면 만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과 관련, 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리고 북핵 수석대표 회동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이 성사된다면 늦어지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3국의 평가와 함께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점점 다가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란 시각도 지배적이다. 북한 매체들은 “한미 연합훈련의 영구적 중단이 평화의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하며 연일 대남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 교수는 “북한이 한미일 외교장관이 ARF에서 만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고 자신들의 요구에도 한미 정부의 연합훈련 중단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앞으로도 계속 (도발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ARF 참석차 방콕으로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행동이 북미대화가 재개되는 이 상황에서 모멘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