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40조 성과급 달라”… 배당의 4배, 주주들 분통

  • 동아일보

“인재 유출 막아야” 영업익 15% 요구
작년 R&D 투자한 37조보다 많아… 420만명 주주 총배당금은 11조
“경쟁력 확보할 투자 차질 우려” 지적
합의 불발 땐 18일간 총파업 예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6.03.18 서울=뉴시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6.03.18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40조 원이 넘는 규모다. 노조는 자신들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달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예고한 일정만 2주 이상이라 반도체 생산 차질을 넘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영업이익 15%, 40조 성과급” 요구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회사가 1분기(1∼3월) 57조2000억 원의 잠정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한 후 내부 구성원들에게 이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 규모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가정한 올해 영업이익 270조 원의 15%인 40조5000억 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줄곧 사측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규모가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10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97조5478억 원이다. 이 경우 영업이익의 15%는 약 44조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40조 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000억 원보다 많고, 최신 반도체 팹(공장) 하나를 짓는 데 드는 예산과 맞먹는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첨단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직원 처우에 과도한 재원을 사용하다가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영업이익의 15% 대신 ‘경쟁사 대비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 반도체 생산 차질 시 ‘한국 경제 리스크’

주주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성과급이 지급될 경우 주주에게 환원되는 배당과 비교해도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별배당 포함 주주들에게 11조1000억 원을 배당했다. 노조 요구대로면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주주 배당의 4배를 가져가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는 420만 명으로 이 중 99.99%가 소액주주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은 7만8000명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작지 않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23일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의 최승호 위원장은 “영업이익의 15%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본다”며 “인재들이 더 나은 처우를 위해 경쟁사나 해외로 떠나는 상황에서 회사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성과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18일 동안 국내 최대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멈출 경우 한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3월 반도체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300억 달러를 넘어 328억3000만 달러(약 48조80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수출의 38.1%에 이르는 금액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생산 차질로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여기에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장기 파업이 강행될 경우 그동안 쌓아 온 ‘반도체 한국’의 신뢰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선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수준이며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총파업이 이뤄질 경우 공장 가동 중단뿐만 아니라 재가동에 걸리는 비용까지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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