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상, 한국대사 초치해 ‘설전’…“잠깐만” 말 끊고 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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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9일 1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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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韓 징용배상 중재위 불응 유감…한국 제안 절대 못 받아"
남관표 "日 일방적 조치,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이 도쿄 외무성 접견실에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를 초치해 일본 정부가 제안한 징용 배상 관련 제 3국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 정부가 거부한 데 항의했다. 이날 고노 외상은 남 대사의 모두 발언 중 그의 발언을 도중에 끊는 외교 결례를 범해 논란을 낳았다. 사진제공 아사히신문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이 도쿄 외무성 접견실에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를 초치해 일본 정부가 제안한 징용 배상 관련 제 3국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 정부가 거부한 데 항의했다. 이날 고노 외상은 남 대사의 모두 발언 중 그의 발언을 도중에 끊는 외교 결례를 범해 논란을 낳았다. 사진제공 아사히신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설전 수준의 대화를 나눴다. 고노 외무상은 남 대사의 말을 중간에 끊고 끼어드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고, 남 대사는 "일본 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남 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중재위원회 개최 절차에 응하지 않은데 항의하며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구 조선반도출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의 국제법 위반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청구권 협정에 입각해 지난 1월 한국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 측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5월 21일 청구권 협정에 입각한 중재 회부를 통보했으나 한국 측은 중재위원을 선정하지 않았고, 제 3국도 선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양국이 국교 정상화 했을 당시 우리 선배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양측의 지혜와 노력을 모아 기본 조약, 이 청구권 협정을 만들었다"며 "우리 일본과 한국은 이 조약을 법적인 기반으로 해서 50년 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양국 국민 간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일반적으로 양국 국교 기반이 돼 왔던 국제법을 어긴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주장하며 "한국 국내적인 재판의 판결을 이유로 해서 국제법 위반을 방치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국제법 위반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것을 즉각 취해주길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남 대사는 "고노 외상이 말한 말들은 한국에 가감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뒤 "양국 사회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 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서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받아쳤다.

남 대사는 "이와 같이 한일 관계의 근간을 해치고 손상을 입히는 이런 상태가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가능한 차원에서의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길 노력을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중재위 개최 요청과 관련해서는 "현안이 되는 상황은, 민사 사안으로 개인대 개인 간의 의지에 의해서 어떻게 타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는 양국관계를 해치지 않고 소송이 종결될 수 있도록 여건과 관계를 조성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일측에 우리의 구상을 제시한 바 있고, 이 방안을 토대로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측이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길 기대하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고노 외무상은 "잠깐만요"라고 말을 끊었다. 그는 "한국 측의 제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전에 한국 측에 전달한 바 있다"며 "그것을 모른 척 하고 제안을 하는 것은 지극히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거친 언사를 이어갔다.

이어 "그리고 그 강제징용 문제를 다른 문제와 연계 시킬 것을 하지 말길 바란다. 그렇게 하면 한국 여론에 이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 측은 모두발언을 한차례 씩만 취재진에 공개하기로 했다. 예상외로 분위기가 과열되자 외무성 홍보관은 경호원들에게 두 손으로 X를 그리며 빨리 기자들을 내보내도록 신호를 보냈다.

남 대사는 고노 외무상과 모두 발언 후 10분 정도 더 비공개 대화를 나눈 뒤 오전 10시 44분께 외무성을 나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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