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남편이 다 했다”…‘35억 주식투자 논란’에 與도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21시 37분


코멘트
“워런 버핏처럼 주식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고 하나.”(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부부가 보유한 35억 원 상당의 주식에 대해 “주식 투자는 전적으로 남편에게 맡겼다”며 ‘남편 탓’을 반복했다. 그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 “주식이 너무 많다. 남편 청문회가 아니다”며 비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어떻게 골라도 저런 후보를 골라 왔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부부 주식 거래 총 5500회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6000여만 원 중 83%인 35억4887만 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 후보자가 제출한 주식거래표를 보면 신한금융투자에서 약 540회, 미래에셋 680회 등 1300여 회, 배우자는 4100여 회, (부부가 총) 5500회를 넘는다”며 “순전히 남편 책임이냐. (후보자의 이름을 따) ‘이미 선을 넘었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본인은 몰랐는데, 남편이 도장을 가져가서 몰래 거래를 했다는 거냐”고 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이 정도면 거의 주식의 신”이라고 비꼬았다. ‘법관윤리강령’ 제6조는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하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을 때 경제적 거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방어하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금태섭 의원은 “국민은 판검사 정도면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안다고 생각한다. 저도 검사할 때 주식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질의를 하던 중 혼잣말로 “하, 왜 이렇게 주식이 많나”라고 했다. 백혜련 의원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 세금으로 출장을 가고 그 돈을 증권계좌로 받았느냐”는 장제원 의원 질문에 “남편 사비로 (출장비를) 먼저 지출하고 그 경비를 (내 증권계좌로) 받았다”고 태연하게 대답하기도 했다. 이에 장 의원이 “후보자 증권계좌로 입금된 출장경비 650만 원에 50만 원을 더해 주식을 샀는데, 이 주식은 후보자의 것이냐, 남편의 것이냐”고 물었다.

●여당에서도 “왜 이렇게 주식이 많냐”

이 후보자 부부는 OCI그룹 계열사 이테크건설 주식을 17억4596만 원(보유 주식의 49.1%), 또 다른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 주식을 6억5937만 원(보유 주식의 18.5%)을 갖고 있다. 야당은 판사 출신 변호사인 남편이 2017~2018년 두 건의 OCI 사건을 수임한 점을 들어 회사 내부 정보를 알았을 가능성을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배우자가 확인한 바로는 이들 회사는 매출액이 상당한 중견기업이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남편을 고발 조치하겠다”며 “청와대의 검증 과정에서 분명히 해명이 됐어야 했다”고 직격했다.

이 후보자는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하면서 관련 재판을 맡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테크건설이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원고는 이테크건설이 피보험자로 된 보험계약상 보험회사로, 보험회사가 패소했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논란이 계속되자 “헌법재판관으로 임명이 된다면 주식을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