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파탄’인가 ‘린치핀’인가…“위기” vs “침소봉대”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30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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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 균열 심각" "과도한 해석" 평가 엇갈려
한미 정부 공식 라인은 이구동성 "긴밀하고 굳건"
"사실과 다른 절제 없는 비난, 한미 동맹 틈 벌리기"
한미 외교장관 회담, 대북정책 지향점 일치 재확인
트럼프 초청, 文 다음달 워싱턴 방문 비핵화 회담
백악관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안보의 린치핀"
전문가 "文정부 북한 비핵화 명확한 입장 내놔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미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과도한 해석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미동맹을 둘러싼 큰 인식 차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심각한 수준으로 불신하고 대북 인식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다는 미 워싱턴 ‘소식통’들을 이용한 일부 언론 보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해 ‘거짓말쟁이(liar)’라고 비판했다는 단독 보도가 나왔다.

미 국무부 관료가 외교부를 향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언급할 거면 (워싱턴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워싱턴의 한국 측 소식통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했다는 설(說)도 주요하게 보도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관해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이라는 표현을 거의 매년 최소 한 차례 언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이 용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는 것도 ‘위기의 한국 외교’의 중요 징후로 제시됐다.

특히 외교부가 3월 중을 목표로 추진해 온 한미 외교장관회담 개최 소식이 들리지 않자 한미 관계 이상설은 더욱 확대됐다. 미국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방안을 미측과 협의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방침에 불만을 표출했으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한 외교 전문가는 “북미 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은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는데 우리 정부가 미국에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얘기하니까 한미 간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미동맹 균열 또는 파탄설은 기우이며 과도한 해석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일부 언론 보도는 대개 ‘소식통’을 인용하지만 정작 공식 라인에서는 한미 간의 갈등으로 판단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총동창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한미 정부는 모든 남북관계 사안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동맹인 한국은 양국 정부의 우선순위인 북한의 비핵화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는 데 완전히 동의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완전하고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이고 중대한 제안을 가지고 협상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굳건한 신뢰와 공조 관계임을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달 14일 최종현학술원 출범기념 한미중 컨퍼런스에서도 “신문에 있는 것을 믿지 말라”면서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에 헌신하고 있고, 한미관계는 어느 때보다 깊고 넓다”고 공조 이상설을 일축한 바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최근 한미연합 지휘소 훈련이었던 ‘키리졸브’ 폐지와 기간이 축소된 대체훈련(19-1 동맹) 실시 등으로 인해 연합방위태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미동맹 과시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한미 관계 엇박자 보도들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한미 간 이견이 일부 있을 수는 있지만 언론 보도에서 제기되는 우려 만큼 한미 관계가 위기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중요한 국면에 사실과 다른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한미 양국의 고위 당국자 실명을 거론하고 실제 언급되지 않은 표현을 인용하며, 절제되지 않은 비난을 하는 것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한 비핵화, 평화구축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한미동맹의 틈새를 벌리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한미 간에는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외교장관급에서도 조만간 소통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해법에서 한미 공조 이상설이 갈수록 부각되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우리측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나란히 미국을 방문했다.

강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뒤 양국 간에 대북 정책과 관련해 지향점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간 공조에 대한 우려가 표명되고 있다”며 “한미 간에는 북핵, 북한 관련에 모든 사안에 대해서 깊이 있고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방미 기간 이도훈 본부장도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및 북핵·북한 관련 미 행정부 인사들과 만나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 이 본부장은 지난 29일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이상기류에 대해 “근거를 잘 모르겠다. 미국 정책에 우리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있는 것을 봤을 때 기류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잘 이해 못 하겠다. 원래 하던대로 계속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비핵화가 되든 안 되든 북한을 대화로만 견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한미 간 마찰요인이 커진다”면서 “우리가 북한을 비핵화 시킬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답이 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초청으로 다음달 10~11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원 포인트’로 논의하는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것을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수락해 이뤄졌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이 지역 평화·안보의 ‘린치핀(핵심축)’으로 남아 있다”며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한미 동맹과 양국의 친선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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