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규 vs 여론’ 고민하던 김병준, 김진태 징계 유예 결심한 이유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14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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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원칙대로” 강조…‘태극기 압박’ 등 뒷배경 있을까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김진태 후보와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19.2.14./뉴스1 © News1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김진태 후보와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19.2.14./뉴스1 © News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5·18 폄훼’ 논란을 일으킨 세명의 의원 중 이종명 의원만 ‘제명’ 결정을 하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선 ‘징계유예’를 하기로 한 윤리위의 결정을 원안대로 의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5·18 폭동 발언 등으로 한국당을 향한 비난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꼬리자르기’·‘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결정을 김 위원장이 내렸기 때문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등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이날 회의에서 5.18발언에서 물의를 빚은 이종명 의원을 당에서 제명하고 전당대회 출마한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당규에 따라 전당대회 때 까지 유보 하기로 결정했다.2019.2.14/뉴스1 © News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등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이날 회의에서 5.18발언에서 물의를 빚은 이종명 의원을 당에서 제명하고 전당대회 출마한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당규에 따라 전당대회 때 까지 유보 하기로 결정했다.2019.2.14/뉴스1 © News1
김 위원장의 이같은 선택에 대해 비대위와 당내에선 평소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의 헌법과 법률이라 할 수 있는 당헌·당규에 ‘후보 신분보장’이 명확히 규정돼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또다른 ‘위법’ 행위를 자초하는 셈이라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당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7조에는 “후보자는 후보등록이 끝난 때부터, 투·개표참관인은 당해 신분을 취득한 때부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인 공고시까지 제9장(벌칙)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윤리위원회의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고 돼있다.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은 2·27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에 후보등록을 했으므로 이 보호 규정을 적용 받는다는 것이다.

또 당원이 아닌 위원들로 구성돼 있는 등 ‘독립성’이 보장된 윤리위의 결정을 당 지도부인 비대위의 입맛에 따라 뒤집는 것 또한 당 운영원칙, 정당민주주의 위배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이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두 명에 대해선 (당규에 따라) 결정을 유예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윤리위 결정을 존중한다고만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전대 출마에 대한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와는 무관하게 (정무적 판단 없이 당규에 따라) 현재 결정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날 최종 의결과정까지 수많은 요인과 이해관계들이 맞물려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당안팎 견해들이 적지 않다.

한국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전두환 정권 출범과정에서 이뤄진 5·18을 민주화운동이 아닌 ‘사태’, 극단적으로는 ‘폭동’으로 규정하는 보수진영내 세력이 여전히 존재해 당 지도부 또한 이들의 입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관측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김병준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와 명확히 선을 긋거나 단죄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 논란을 더욱 키웠다”며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5·18을 대중적 시각, 역사적 진실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세력이 당 저변에 아직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전했다.

특히 김진태 의원의 주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압박이 김 위원장의 일보후퇴를 불러온 결정적 배경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 윤리위 회의가 있던 지난 13일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 500여명이 당초 회의가 예정된 여의도 기계회관 건물과 국회에서 농성을 벌여, 윤리위가 회의장소를 강남 모처로 변경해 비공개로 진행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판단 근거가 된 당규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 김진태 의원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으는 지점이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 규정을 설명하며 당 후보로서의 신분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전대, 즉 징계유예 기간까지가 임기인 김 위원장이 이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해 당안팎의 논란을 낳을 바엔, 이 규정을 명분으로 결정을 차기 지도부로 미루겠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당대표나 최고위원에 선출될 경우 당 핵심부를 겨냥한 여야의 공세가 한층 더 거세질 수 있고, 신임 지도부에 대한 징계 논의가 흐지부지 될 수 있고 이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이에 대해 “김 위원장과 비대위는 이번에 임기가 끝나지만 김영종 위원장 등 윤리위는 2년 임기를 보장받은 독립기구”라며 “윤리위가 당규에 따라 징계를 유예했을뿐 사실관계 확인, 법리검토를 통한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수위는 결정했 놓았을 것이다. 원칙·절차대로 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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