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독립 풍전등화의 위기 처해”… 성낙송 사법연수원장 퇴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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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마저 진영논리로 공격”

“재판마저 진영 논리에 의하여 비난과 공격, 심지어는 수사와 탄핵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어찌하여,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성낙송 사법연수원장(61·사법연수원 14기·사진)은 13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현재 법원은 사법사상 초유의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 원장은 “지난 시절 우리의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 진의를 의심받으며 생살이 에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서 “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다른 누구를 탓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 법관님들과 사랑하는 후배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 앞에서 나만 홀로 비켜서서 안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고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구속 기소되고, 100여 명의 전·현직 판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성 원장은 “현재 사법권의 독립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사법부의 독립은 우리가 지키고 꽃피워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갖고 법관 탄핵 등을 거론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법원 가족 전부의 화합, 새로운 각오와 결단이 필요한 때”라며 “국민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법원,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검찰에 맡기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으며, 사법연수원장 부임 1년 만인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1988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성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민사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을 맡아 양형기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성낙송#사법연수원장#사법권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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