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가안보실을 사칭해 작성한 문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해당 문건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문건의 내용과 배포 방법 모두 악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국가안보실을 사칭한 가짜 메일이 외교 전문가들에게 발송되고 결국 언론에 기사화 되기까지 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수사 의뢰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26일 한 매체는 국가안보실이 작성했다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비핵화 문제를 두고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불만이 증가”, “(한국이) 중국 쪽으로 경사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 등 한미 관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건이 보도되자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서 만든 문건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문건은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속 연구원의 명의로 된 e메일을 통해 외교 전문가들에게 발송됐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연구원의 e메일을 해킹하고,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강연 원고”라는 내용으로 가짜 문건을 첨부해 발송한 것이다.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은 청와대 자체 조사에서 “문건을 작성한 적도, 보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문건에 한미 관계가 부정적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에 발끈했다. 김 대변인은 “허위조작 정보가 생산·유포된 경위가 대단히 치밀한데다 담고 있는 내용 또한 한미동맹을 깨뜨리고 이간질하려는 반국가적 행태”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에서 ‘반국가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특정인이나 단체가 의도적으로 가짜 문건을 만들고 e메일을 해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가 대상이 된 것도 중국정책연구소장인 김흥규 교수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허위 사실 유포 차원을 넘어선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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