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에도 北매체서 ‘반미’ ‘미제’ 표현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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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 2번씩 등장한 ‘단골 용어’
싱가포르 회담 전후해 자취 감춰… 北당국 화해무드 감안 지침 내린듯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거의 매일같이 쓰던 ‘반미(反美)’ ‘미제(美帝)’ 표현이 최근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매체들은 6·25전쟁 발발일에도 최근 화해 무드를 감안한 듯 미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자제했다.

대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1일∼6월 25일자 노동신문 전체 기사를 홈페이지로 검색한 결과 ‘미제’ 표현은 올 들어 334번(하루 2회꼴)이나 등장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빈도가 줄다가 8일을 마지막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올 들어 147번(하루 1회꼴) 등장했던 ‘반미’ 표현도 5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매일 쓰던 용어가 갑자기 실종된 것을 두고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자극적 대미 비난을 삼가라”는 당국의 지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거 북-미 공동코뮈니케(2000년 10월) 발표 전후 호전적 표현을 일시적으로 자제한 적은 있다. 북-미 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반미, 미제 표현을 삭제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매체들은 그동안 미제침략자, 미제살인자, 미제침략군 등의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해 왔다. 또 각국의 반미 시위를 상세히 소개하며 대결 자세를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25일자에서 6·25전쟁을 거론할 때도 미국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가증스러운 침략의 무리’ 등 간접적 표현을 사용했다. 연례적으로 평양 시내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로 열리던 ‘미제 반대 투쟁의 날’ 행사도 올해는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북한#미제#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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