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일방적 핵포기만 강요하면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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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5월 16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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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사진=동아일보DB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사진=동아일보DB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려한다면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제1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제1부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미관계의 불미스러운 역사를 끝장내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폼페오(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을 두 차례나 접견해주시었으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참으로 중대하고 대범한 조치들을 취해주시었다”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이 조선반도의 정세완화를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큰 걸음으로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조미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 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제1부상은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며 “나는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됐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김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했고 이를 위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 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해 수차에 걸쳐 천명했다”며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 압박 공세의 결과로 포장하여 내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 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 행정부들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 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은 유치한 희극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일 트럼프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역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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