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美서 돌아오자마자 12일 中으로… 유례없는 北-美-中 정상 연쇄면담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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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文대통령-트럼프 결단에 경의”
14일 러 방문… 푸틴과 면담 추진
서훈 국정원장은 오늘 일본行

11일 오후 5시경 인천국제공항 귀빈실 앞.

김정은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발표를 이끌어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웃음기 하나 없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실장 눈에는 다크서클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곧장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한 뒤 12일 또 출장을 떠난다.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로, 서 원장은 일본으로 향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다. 5일 평양 방문을 시작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중-일-러 등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정상들을 잇달아 만나는 전례 없는 외교 행보에 나서는 것.

특히 트럼프 대통령(72)과 동갑인 고령의 정 실장은 1주일 동안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잇달아 만나는 그야말로 ‘정상급 외교 강행군’을 이어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외교의 컨트롤타워가 세계적 외교 이벤트의 중심에 선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정 실장은 이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 달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두 분의 결단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에 대해서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용기 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뒤 “앞으로 저희는 두 번의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선 정 실장이 주도한 방미 결과를 두고 현 정부 최고의 외교 성과 중 하나로 자평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물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 역시 외교적 관례를 뛰어넘은 파격의 연속이었기 때문. 정 실장은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켈리 비서실장 등 미국 최고 권력자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정 실장은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만난다. 이어 14일부터 방문하는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두 정상은 각각 외교 활동을 잠시 중단할 정도로 국내 정치 이벤트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시 주석은 5일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장기 집권을 굳히고 있고, 푸틴 대통령은 18일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속내를 듣기 위해 직접 정 실장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남북, 특히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선 이번 중-일-러 3국 방문이 워싱턴 방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담을 쌓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북-중 관계가 악화되어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패권전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 실장이 시 주석에게 어떤 협조의 메시지를 이끌어 낼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 실장의 중-러 방문은 한반도 국면 전환을 위한 큰 틀의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의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되려면 주변국 설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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