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여동생’ 존재감 과시… 文대통령과 3일간 4번 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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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2박3일 방남]11일밤 전용기 타고 北복귀

“‘북한의 이방카’가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인을 사로잡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이렇게 분석했다. 김여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미국을 주무르고 있는 이방카에 빗댄 것이다.

○ 대통령, 총리,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까지 총출동

김여정은 9일 도착해 11일 평양으로 돌아갈 때까지 서울과 강원지역을 종횡무진하며 가는 곳마다 시선을 모았다. 인천공항에서부터 각종 오찬·만찬장까지 그를 둘러싼 철벽 경호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수수한 화장과 옷차림에 우상단을 향하는 글씨체 등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김일성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다.

정부는 국빈급 예우로 김여정을 맞았다. 2박 3일간 만난 인사들 면면만 봐도 여느 해외 정상 못지않다. 문 대통령만 네 차례 만났고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차관 등 대한민국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을 다 만났다.

올림픽 개회식, 대통령 오찬, 통일부 장관 만찬, 총리 오찬, 비서실장 환송 만찬까지 특급 환대가 쉴 틈 없이 펼쳐졌다. 이 총리는 11일 김여정 숙소로 직접 가서 오찬을 했다. 이 총리는 “평창 올림픽은 작은 시작이다. 남과 북은 평창 올림픽으로 열린 대화의 기회를 올림픽 이후에도 살려 나가야 한다”고 말한 뒤 김여정과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라며 건배했다.

○ 김여정 “갑자기 (서울에) 오게 되리라 생각 못 했다”

국내외의 큰 관심에 비해 김여정의 발언은 별로 공개되지 않았다. 필요한 말만 하면서 발언에 무게감과 신뢰감을 실으려 노력한 모습이었다. 임 실장이 11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주재한 만찬에서 건배사를 제의하자 김여정은 “제가 원래 말을 잘 못한다”고 수줍어했다.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서울에 특사로) 오게 되리라 생각 못 했고 생소하고 (평양과)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더라.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후에도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늘 건강하시라.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시라”고도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봐도 절제되어 여러 가지를 준비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여정은 고위급 대표단으로서 북측 선수단을 응원하고 예술단을 격려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여성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와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을 관람하며 주로 웃고 손을 흔들었다. 예술단 공연에서 김영남이 손을 높여 박수를 치거나 골 찬스에서 흥분하고 탄식했던 적극적인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부는 김여정의 일정 내내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김여정 일행을 위해 정부 측이 10일 강릉 스카이베이호텔과 씨마크호텔 두 곳에 각각 양식과 한식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다 한식이었던 10일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메뉴를 감안해 씨마크호텔에는 만찬 5시간 전에 갑작스럽게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김여정 일행을 위해 정부가 ‘노쇼’를 감수한 것.

스카이베이호텔도 만찬 당일인 10일 오전 1시경 급하게 정부 요청을 받고서는 사전 예약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만찬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일행의 숙박 여부를 정부가 확정하지 않아 VIP 전용인 스카이베이호텔 4층 객실을 모두 예약 상태로 유지하기도 했다. ‘김여정맞이’에 들어간 두 호텔의 의전 비용은 정부가 전액 세금으로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 강릉=이지훈 기자
#평창올림픽#김여정#북한#문재인#대통령#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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