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재임중 방북기회 3번 취소돼 안타까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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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化汀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반기문 “오늘(13일) 강연통해 인생 3막 시작” “다음 대선? 내 나이가 얼만데… 젊은이에게 희망 주는 일 하고싶어”

“수천 번 강연하고 연설을 했는데 오늘처럼 긴장되는 건 처음입니다. 이제 영구 귀국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은 13일 화정평화재단 강연을 시작하며 이렇게 ‘신고’를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불출마 선언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3개월여를 지내고 5일 귀국했다. 반 전 총장은 “이 강연이 귀국 첫 행사”라면서 “4월부터 하버드대에서 2막을 보냈고, 인생 3막을 오늘 이 강연을 통해 시작한다”며 활짝 웃었다.

반 전 총장은 36년간의 외교관 생활과 10년 동안 유엔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날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대해 깊이 있고,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방북이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방북할 기회가 3번 있었지만 모두 취소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유엔 문제이기 전에 저의 문제, 우리의 문제”라면서 “기여를 하지 못한 것에 스스로도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동아일보 신석호 국제부장이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고, 반 전 총장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하나마나한 말씀(질문)이다. 정치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5년 뒤 내 나이가 얼만데…”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의 모교 후배인 충주고 학생이 질의에 앞서 “그럼 충주고 출신 대통령은 제가 당선되면 배출되는 것으로 알겠다”고 농담을 던져 객석을 다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을 맡아 신촌캠퍼스로 출근하고 있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은 선교와 봉사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반 전 총장은 “남을 더 잘 볼 수 있고, 세계를 잘 볼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국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을 조언했다. 이어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무엇을 하는 게 적당하냐’고 봤을 때 ‘정치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20일 만에 (대선 출마를)포기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세계 시민 정신을 함양시키는 일, 젊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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