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함께 갑시다, 사내답게!”… 反文 진영 막판 결집 이어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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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홍준표와 단일화 논의


1일 오후 늦게 불거진 보수 진영의 막판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의 진앙은 바른정당이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이날 오후 유세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김무성 정병국 의원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공동선대위원장 3명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양자 단일화’를 제안하겠다는 뜻을 유 후보에게 전달했다. 유 후보는 “내 입장엔 변함없다”며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후 9시 40분경 국회의원 회의실에 홍문표 의원 등 14명의 의원이 모였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압박해온 의원들이었다. 이 자리에 홍 후보가 한국당 이철우 강효상 민경욱 전희경 윤한홍 의원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 홍 후보 “함께 갑시다. 사내답게!”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대선 7일을 앞두고 이대로 가면 좌파 패권 세력이 집권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홍 후보를 소개했고, 홍 후보는 “여러분이 좀 도와주면 정권을 잡을 자신이 있다. 이길 자신이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대구경북에서도 우리가 압도적이고 부산도 대구 이상”이라며 “함께 가고 같이 갑시다, 사내답게!”라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된 지 20여 분 만인 오후 10시 7분경 홍 후보가 먼저 자리를 뜨면서 “(모인 의원이) 14명이 됐는데, 또 한 명이 더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보수대혁신 한번 해보자’고 했고, ‘좌파한테 정권을 넘겨줄 수 없지 않냐, 그러니까 의논 결과를 (이철우) 사무총장을 통해 듣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홍 후보가 자리를 떠난 뒤 별도의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먼저 밖으로 나온 여상규 의원은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복당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순자 의원은 “(홍 후보 발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는 도와 달라는 이야기였다. 절실하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후보가 원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 주장을 했고, 의원들이 계속 단일화 주장을 했다”며 “그에 대해 유 후보가 유구무언이니까 오늘 같은 결정이 난 것 같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탈당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뒤 “내일(2일) 아침에 봐야지”라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이철우 사무총장은 “(이날 모인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하는 걸로) 결론은 났는데 형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의원 14명은 2일 오전 7시 반에 최종 회의를 거친 뒤 탈당을 선언하고 한국당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모두 탈당할 경우 3일 창당 100일을 맞는 바른정당은 18석으로 줄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다.

○ 유승민, “떠날 테면 떠나라”

유 후보는 이날 공동선대위원장과의 긴급 회동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올리며 완주 의지를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그는 “몇 달 해보고 실망할 거라면 애초에 길을 나서지 않았다. 꿈이 죽어 버린 시대에 나, 유승민은, 우리 개혁 보수는 여전히 꿈을 꾼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 공동체를 지키고 살리는 보수를! 시작은 언제나 작고 미미하다. 그러나 그 길이 옳은 한, 끝은 창대하리라. 이것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답이다.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라고 썼다. 유 후보 측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유 후보는 분명히 단일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일단 김무성, 정병국, 주호영 공동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탈당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한 의원은 “선대위원장들이 탈당은 안 하고 막판까지 단일화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막판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마지막 ‘빅딜’을 시도하면서 성사 여부에 따라 대선판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1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지만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고, 대선일 직전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가세한 ‘반문(반문재인) 진영’이 구축될 경우 막판 대격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홍준표-유승민’ 1차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엔 현재의 5자 구도대로 대선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송찬욱 기자

● 회동에 참석한 바른정당 의원 명단

권성동 김성태 김재경 김학용 박성중
박순자 여상규 이군현 이진복 장제원
정운천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가나다순)
#대선#바른정당#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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