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대선후보 유승민]보수 단일화 조건 내건 유승민
“한국당 진박 확실히 인적청산… 국민의당 안보-대북관 분명히 해야”
연대론자 물밑접촉은 활발
김종인, 주승용 등 만나 안철수 압박… 박지원 “국민이 연대 기회 만들것”
바른정당이 28일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면서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반문(반문재인) 진영’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호남 경선 압승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현실화된 만큼 반문 진영은 어떤 식으로든 ‘덧붙이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다만 후보 단일화까지 촉박한 시간 속에서 각 후보와 정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는 ‘솔로몬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국민의 명령에 따라 단일화”
후보 확정 뒤 기자들을 만난 유 의원은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를 두고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유 의원은 “보수 후보 단일화를 제가 제일 먼저 얘기했다”고 운을 뗀 뒤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한 진박(진짜 친박)들에 대한 확실한 인적 청산”을 주장했다. 국민의당과의 선거 연대를 두고도 “박지원 대표 같은 분의 안보관, 대북관은 분명하지 않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단일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그는 “현실적인 장애물을 감안해 국민이 공감하는 단일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단일화의) 첫 번째 기준은 국민의 요구와 명령이 얼마나 강하냐이다”라고 했다.
유 의원이 ‘연대론’보다 ‘자강론’에 무게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다음 주부터 10여 일간 치열하게 진행될 단일화 논의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 안팎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짧은 시간 안에 띄우지 못하면 단일화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이 이날 “(내 고향인) 대구를 더 자주 가겠다. 입 다물고 사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 (현재) 대구 여론조사를 신빙성 있게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복잡한 단일화 방정식
‘반문 연대’ 움직임은 이미 물밑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4월 5일 대선 출마 선언을 준비 중인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운열 최명길, 국민의당 주승용 김동철 의원 등 양당의 비문(비문재인) 성향 의원 10여 명과 조찬 회동을 했다. ‘반문 연대’ 성사의 키를 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명길 의원은 이르면 29일 김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이 자동적으로 연대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안 전 대표도 ‘(후보 단일화는) 국민이 결정한다’고 했다. 이걸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보다 국민의당과의 ‘전략적 제휴’에 주력하고 있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단일화를 안 하면 결국 문 전 대표에게 진다. 그냥 질 건지, 어떤 가능성을 만들지는 후보들에게 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지지층 성향이 각각 달라 ‘덧셈의 단일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에선 한국당 후보와 유 의원이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면 탄핵 찬반 여론이 그대로 반영되는 데다 역선택 현상까지 벌어져 한국당 후보가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당과 한국당이 영호남 화합을 명분으로 전격 단일화에 동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공학적 발상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정당마다 연대론과 자강론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후보의 당 장악력도 단일화 성사의 중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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