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미얀마 ODA “사업 타당성 부족” 보고에도 강행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17시 28분


1, 2차 타당성 조사까지 "불가"로 나오자 "대체사업 발굴" 지시
최순실 연루 의혹 … 처음부터 ODA 이권개입이 목적이었던 듯

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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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의 추천으로 유재경 대사를 임명한 미얀마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청와대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얀마 ODA 사업은 수도 양곤에 한국 정부 예산으로 6000만 달러(약 760억 원)를 들여 컨벤션센터를 짓는 것이었다.

소식통은 2일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가 지난해 7월 현장조사를 다녀온 뒤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보고했지만 청와대가 직접 재조사 요구와 함께 '가능한 방안을 알아보라'고 강력하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교부, 코이카는 9월 민간 전문가까지 대동해 2차 현장조사를 다시 벌였으나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미얀마 정부가 제공하기로 한 부지가 진입로가 좁고 접근성이 좋지 않아 타당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킨텍스 사장을 지내 컨벤션 사업에 밝은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은 미얀마 상무부장관을 만나 "컨벤션센터 가동률이 연간 60%는 넘어야 수익을 맞출 수 있는데, 해당 부지는 상업용지가 아닌데다 주변에 주택이 많아 컨벤션센터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컨벤션센터 예정지보다 입지가 좋은 양곤 시내에 미얀마 기업(MCC)가 초대형 컨벤션센터를 짓고 있던 상황이어서 사업성 자체가 떨어진다고 코이카 측은 판단했다. 미얀마 정부는 당시 컨벤션센터에 전시할 자체 품목을 갖고 있지 않았고,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상 준비가 전무했던 셈이다.

2개월에 걸친 1, 2차 타당성 조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이 나오자 청와대는 "그럼 대체사업을 알아보라"고까지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집요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와 코이카의 완강한 저항에 대체사업 역시 '없던 일'이 됐다.

청와대가 처음부터 ODA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권을 노리고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당초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 미얀마 방문에 맞춘 '성과 사업'으로 한류·수출기업 복합단지인 K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타운에 필요한 부지를 미얀마 측이 제공하기로 했으니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ODA로 컨벤션센터를 미얀마에 제공하자"는 논리였으나 실제 추진 과정에서 K타운은 사라져 버리고 ODA만 남았다.

처음부터 ODA를 통해 미얀마에 무상으로 컨벤션센터를 지어주고 그 운영권을 특정인에게 몰아주려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순실 씨와 최 씨에게 지분 20%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M 사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M 사의 대표 인 모 씨는 정만기 당시 대통령산업자원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인 씨가 지난해 7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 개소식에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는 "당시 방한한 미얀마 상무장관과 주한 미얀마대사관에서 장관의 참석 요청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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