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장외 압박, 되레 자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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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인터뷰 후폭풍]정치권-헌재 싸늘한 반응
“인터뷰서 최순실 인사개입 시인”… 국회측, 헌재에 증거 신청하기로
대리인단 사퇴 가능성도 낮게 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헌법재판소 안팎에선 박 대통령 측이 불리한 상황을 뒤집으려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론전을 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따지는 데서 벗어나 장외에서 헌재를 압박하는 게 탄핵심판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심리가 신속성을 강조하다가 공정성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심리가 가능하다”며 국회가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 9가지를 국민주권주의 위배, 대통령 권한 남용 등 5가지 유형으로 압축했다.

 헌재가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 46명의 검찰 진술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도 박 대통령 측엔 큰 부담이다. 재판관들이 기일을 잡아 증언을 듣지 않아도 되므로 심리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또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근거인 진술 조서가 증거로 쓰이면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박 대통령 측은 주심 강일원 재판관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23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범죄기록 조사를 요구하자 강 재판관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거부했다. 박 대통령 측이 그전까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들어 검찰 진술 조서 등 전문 증거 채택을 반대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게다가 박한철 헌재소장이 25일 “탄핵심판 선고를 3월 13일 이전에 해야 한다”며 신속한 심리 방침을 못 박자 박 대통령 측은 ‘판세가 기울었다’는 생각을 굳힌 분위기다. “이럴 바에는 아예 헌재 밖 ‘여론의 법정’에 서는 게 낫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을 장외에 결집시켜 헌재를 압박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터넷방송 인터뷰도 이런 흐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 소추위원단 등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 측의 여론전 시도를 ‘자충수’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최 씨가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는 등 불리한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의 인터뷰 전문을 헌재에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신청할 방침이다.

 헌재도 탄핵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 소장의 ‘3월 13일 이전 선고’ 발언 직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전원 사퇴’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헌재는 개의치 않는 자세다. 여기엔 대리인단 전원 사퇴가 현실화하더라도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 헌재는 대리인단 사퇴 시 국선 대리인을 선임해 탄핵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심리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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