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개헌 고리로 ‘빅텐트’ 가속… 친박-친문 빼고 전방위 접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지지율 하락에 빨라진 연대 발걸음

새누리 초·재선 9명 만나 “중도사퇴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과 만나 “중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권석창 김성원 민경욱 박덕흠 박찬우
 이만희 이양수 이철규 최교일 의원(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새누리 초·재선 9명 만나 “중도사퇴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과 만나 “중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권석창 김성원 민경욱 박덕흠 박찬우 이만희 이양수 이철규 최교일 의원(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빅텐트’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귀국 후 ‘민생 탐방’에 힘을 기울였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적극적인 정치 행보로 반전 카드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23일 “반 전 총장이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과 회동하는 등 주요 정치인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회동 대상 정치인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으로 설 연휴 전까지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제외한 중도·보수 유력 정치인을 모두 만날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박덕흠 의원 등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9명과 만난 자리에선 “이제 끝까지 간다. 중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광폭 정치 행보로 급속하게 방향을 틀면서 연쇄 회동을 하는 것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반 전 총장은 19.8%로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29.1%)에게 10%포인트가량 뒤졌다.

 연대의 핵심 고리는 개헌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대선 때만 되면 국민이 얼마나 열광하면서 분열하느냐. 그런데 감정의 응어리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2년 후에 국회의원 선거하면서 또 분열한다”며 “국가를 통합하고 화해를 도모하려면 대선과 총선을 하루에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서도 “가능하면 대선 전 (개헌을) 하면 좋겠다”며 “권력구조는 물론이고 경제민주화 등 변화된 상황에 맞는 헌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진영 정치 원로 14명은 ‘범보수 구국 원로 모임’을 결성하고 보수 대통합을 위한 연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반 전 총장 측을 모두 포괄하는 연합체를 만든 뒤 이를 중심으로 통합 정당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구축의 성사 여부는 김종인 전 대표의 합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이제 반반보다 좀 더 명확해졌다”며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연장으로 기울었고 불출마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각을 세웠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자신의 일기장까지 공개하며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다. 반 전 총장의 일기에는 2005년 5월 3일 ‘베트남 장관이 주최한 만찬에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근무하는 사업가가 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이름은 빈칸으로 돼 있다. 법률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박민식 전 의원은 “당시 박 전 회장을 처음 봐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박 전 회장이 다른 참석자보다 만찬장에 늦게 왔고 돈을 줬다는 장소도 공개된 곳이어서 의혹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송찬욱 기자
#반기문#연대#빅텐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