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개헌 즉각 추진”… 親文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 정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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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개헌 전선

 

국정 농단 청문회 정국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개헌으로 옮겨붙고 있다. 국민의당은 23일 ‘즉각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와의 거리를 좁혔다.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만큼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 고립시키려는 의도다.
○ 개헌 속도 조절하는 친문(親文)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개헌으로 나를 압박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며 ‘호헌파’로 몰린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한다”며 “지금은 차분히 개헌 논의를 해서 공론이 모아지면 대선 후보들이 대선 때 공약하고 국민께 선택을 받는 분이 다음 정부 초기에 개헌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대표가 제기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공론화에 가세한 임기 단축 문제에 대해서도 친문 진영은 부정적인 태도다. 문 전 대표는 “임기 단축 얘기는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것으로,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해 왔다. 문 전 대표 측은 “지금의 개헌 논의가 정말 개헌을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개헌론은 ‘문재인 대망론’을 꺾기 위한 정략적 공세라는 얘기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현재의 지지율이 에베레스트 산 등정의 마지막 공격조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다”며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도 “당장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매개로 정당을 흔들고 정당 구조를 재창조하려는 움직임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개헌 논의를 촉구했지만 힘을 얻진 못했다. 노웅래 의원은 “개헌을 꺼리는 것처럼 보이면 우리 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계속 욕심내는 것 아니냐 (의심을 받으며) 기득권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비패권지대’를 외친 ‘김종인 사단’과 손학규계를 중심으로 한 개헌파 의원들은 내년 1월 개헌특위 가동을 앞두고 개헌 불씨를 살릴 예정이다. 26일엔 김두관 의원 등 의원 29명이, 27일엔 김부겸 의원 주관으로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의원 62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열어 세 결집에 나선다. 김부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개헌 대 반개헌(호헌)으로 선이 그어지지 않도록 야권 전체가 합의하는 개헌안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 孫 잡고 文 닫는 安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 사진 오른쪽)가 2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잡지인 ‘빅이슈’ 판매 도우미로 나섰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와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즉각적인 개헌 추진과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뉴스1·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 사진 오른쪽)가 2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잡지인 ‘빅이슈’ 판매 도우미로 나섰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와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즉각적인 개헌 추진과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뉴스1·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에 앞서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즉각 개헌 추진’과 다당제를 위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개헌은 당장 추진하지만 만약 대선 전에 불가하면 ‘2018 로드맵’대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전 개헌을 통한 ‘7공화국’을 주장하는 손 전 대표와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주장을 병행 채택한 셈이다.

 여기에는 “개헌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한 손 전 대표와 손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당 지지율이 10%대 초반으로 지지부진한 만큼 개헌을 중심으로 제3지대의 판을 키워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개헌을 두고 갈린 민주당의 내분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와 오찬도 함께했다. 손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그것(즉각 개헌 추진)을 받아들인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촛불 민심의 바탕에는 ‘이 나라를 바꿔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주권개혁회의를 띄우려는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입당하지 않고 여야의 개헌파와 연합하는 방식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국민의당#문재인#대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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