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 9일 만인 2024년 12월 12일 돌연 닷새 전 공언했던 2선 후퇴를 뒤엎는 담화를 내놨다. 탄핵에 맞서겠다며 ‘계엄군의 국회 투입은 의원들을 막으려 한 게 아니었다’ ‘계엄은 헌정 질서 붕괴를 막기 위한 것’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 하루 전 유튜버 고성국 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하야보다 탄핵과 정면으로 맞서라”며 계엄 이유를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갈 시간을 벌어주려 군을 늦게 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논리와 똑같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담화 엿새 전 고 씨에게 7분 사이 다섯 차례 전화를 걸었다. 극단 유튜버 주장 빼닮은 尹-張 논리
그런 고 씨가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 다음 날인 20일 오전 유튜브 방송에서 윤 전 대통령은 무죄라며 “내란죄를 덮어씌우려 짜맞추니 판결문 안에 모순되는 부분이 부지기수”라고 주장했다.
2시간여 뒤 나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회견문의 논리는 고 씨의 강변과 다를 바 없었다. 무죄 추정 원칙을 주장하며 판결문 곳곳에 논리적 허점이 발견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 경선 때 고 씨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구속을 비판했고, 대표에 선출되자마자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낸 승리”라고 했다. 고 씨 같은 윤 어게인 유튜버들의 지지 덕분에 당선됐다는 부채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부채의식으로 따지면 전한길 씨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대표 경선 도중 장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김문수 후보 면전에서 장 대표 지지를 선언했던 전 씨다. 그런 그가 12일 오전 소셜미디어에서 “윤 대통령 선고를 1주일 앞두고 이재명을 만나러 청와대에 간다고? 지난번엔 계엄 사과하더니”라고 했다. 유튜브 방송에선 ‘그래 놓고 무조건 장동혁을 지지해 달라느냐’며 울먹였다. 이날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오찬을 불과 1시간 남기고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은 유튜버와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둘 다 코너에 몰리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찔끔 변하는 척하며 시간을 벌다가 뒷걸음질 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진짜 정체를 드러내며 파국을 자초하는 것도 빼닮았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야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하자 ‘민생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를 묵살하다 논란이 커지자 입장을 밝혔지만 사과 없는 반쪽짜리 해명이었다. 중도층이 매력을 느낄 정당을 만들겠다는 장 대표의 지난해 약속도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선 것이라 주장하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지난달 계엄에 대해 사과했지만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반쪽짜리였다.
윤 전 대통령은 총선 참패 뒤 잠깐 야당 대표와 대화했지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 진술에 따르면 군 수뇌부에겐 ‘비상대권으로 야당 대표를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2일 의총에서 윤 어게인에 동조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지만 장 대표는 20일 윤 어게인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가 전체를, 장 대표는 당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회견은 그의 ‘계엄 모먼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윤 어게인 껴안은 張의 ‘계엄 모먼트’
장 대표는 당내에서 “윤 어게인은 당의 노선이 될 수 없다” “6월 선거에서 TK 빼고 전멸할 수 있다”는 성토가 쏟아지는데도 생각을 바꿀 조짐이 없다. 이대로라면 ‘윤동혁’(윤석열+장동혁) ‘고동혁’(고성국+장동혁) ‘전동혁’(전한길+장동혁)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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