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헌정 첫 피의자 대통령… ‘탄핵 가보자’ 역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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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朴대통령, 재단 모금 등 공모” 범죄 혐의자로 입건
“최순실, 올 4월까지 정상회담 일정 등 문건 180건 받아”
靑, 검찰 조사 거부… “법적 절차로 논란 매듭” 초강수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왼쪽)이 
20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이들 3명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 부분 공모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왼쪽)이 20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이들 3명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 부분 공모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검찰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차라리 탄핵을 하라’고 배수진을 쳤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下野)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박 대통령도 이에 버티면서 ‘대한민국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순실 씨(60)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일괄 구속 기소했다.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죄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의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순방 일정과 정상회담 주요 일정을 ‘대평원’이라는 문건으로 넘겨받는 등 2013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총 180건(이 중 47건은 공무상 비밀)을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는 같은 해 3월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박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순방과 정상회담 일정을 파일명 ‘계절풍’으로 보고받았고, 같은 해 9월 박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 일정은 문건명 ‘선인장’으로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같은 해 4월 박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한 사실, 북핵 문제 관련 고위 관계자를 접촉한 사실도 보고받았다.

 특히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을 비롯한 장차관 인선자료와 현 정부 출범 당시 행정부 조직도, 3월 창조경제 관련 현장방문 계획안과 11차 국무회의 자료 등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서 전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를 위해 직접 각종 민원을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달한 사실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10일경 K스포츠재단의 추가 출연금으로 롯데그룹에 7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할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했다. 독대 직후에는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75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독대해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 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최 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가 거기의 자문을 맡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심히 유감스럽다”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동안 진행돼 온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며 검찰 조사에 불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청와대는 탄핵을 감수할 것이며 탄핵 의결 전까지는 박 대통령이 계속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정 대변인은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은 국정의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석 jks@donga.com·장택동·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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