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안된 고위급 탈북자, 작년에만 10여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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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심계층서 망명 도미노

하나원 국정감사… 외통위원들, 탈북자 면담 12일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경기 안성시 하나원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현장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탈북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안성=국회사진기자단
하나원 국정감사… 외통위원들, 탈북자 면담 12일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경기 안성시 하나원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현장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탈북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안성=국회사진기자단
 북한에서 최고 엘리트 교육을 받은 두 통역 요원의 탈북은 최근 김정은의 공포통치와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로 흔들리는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중국 베이징(北京) 대사관에 출신 성분이 뛰어나고 당성과 충실성을 검증받은 인원만 발탁한다. 혜산 세관의 통역 요원도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장교로 알려졌다. 북한의 금수저는 물론이고 개인의 능력으로 좋은 자리에 오른 엘리트들까지 탈북 행렬에 참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대량 탈북의 걸림돌은 가족 문제

 한 정보 관계자는 12일 “최근 북한 엘리트들의 망명 의사가 전 세계에서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망명 희망자 중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자 대부분은 “탈북하고 싶은데, 북한에 있는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의사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탈출하고 싶은 충동이 있지만 가족 때문에 대개 희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탈북자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집을 배정받은 고위 탈북자가 지난해 1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갑자기 늘었다”고 말했다. 고위 외교관이나 상좌(한국군 중령과 대령 중간에 해당) 이상 간부는 보안 문제 때문에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집을 배정받는데 올해에도 지금까지 작년과 비슷한 수의 고위급 인사가 비밀리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나 최근 입국한 베이징 북한대표부 소속 보건성 1국 출신 간부처럼 언론 공개 사례는 극히 일부라는 의미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북한에서 교원, 연구원, 의사 등 전문직 출신 탈북자는 한국 거주 기간이 5∼10년인 탈북자 가운데에선 2.5%였지만, 1∼3년인 탈북자 가운데에선 5%를 차지한다. 최근 엘리트층의 탈북이 2배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한편 8월 태영호 전 공사의 한국 망명 책임으로 유럽 지역을 담당하는 궁석웅 외무성 부상(차관)이 지방 협동농장으로 혁명화 교육을 가고, 외무성 유럽 라인의 간부 4명이 지방으로 좌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외에서 탈북 사건이 벌어지면 직속 상사들과 파견을 승인한 노동당 간부들이 좌천되는 것은 북한의 관례다. 외교관 출신 1호 탈북자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태영호 전 공사의 망명 때문에 적어도 20명의 윗선 간부들이 혁명화를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 북한에 돌아간 현학봉 전 주영 대사는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태 전 공사의 망명으로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도청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사관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지만, 탈북 지원체계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영국, 태국 등 한국대사관의 대사실 등 일부 공간엔 기본적 도청방지시스템이 있지만, 실무진이 일하는 공간들은 도청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은 “탈북자 관련 정보가 도청에 의해 유출되면 고위급 인사의 탈북 자체가 무산되거나 탈북자 신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도청방지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유근형 기자
#탈북#북한#고위임사#핵심계층#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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