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7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전직 검찰총장의 20억 원 자문료’ 의혹을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넘겨받았다. 그는 8일 “다음 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추가로 밝힐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로펌에 있는 전 검찰총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모 기업의 검찰 수사를 무마시켜 20억 원을 받고, 국세청에 신고도 안 했다는 주장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4선 의원의 폭로에 제3당 대표까지 거들고 나서 그냥 덮을 수 없는 일이 됐다.
박 위원장은 어제 “20억 원 자문료를 전직 검찰총장 혼자 받은 것이 아니고, 4개 로펌이 분할해서 받았다”며 근거자료를 확보한 것처럼 말했다. 박 의원은 “세무비리의 심각한 유형으로 국세청이 조사해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도 “국세청이 알아보기 전에는 실명 공개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 항간에는 전직 검찰총장과 해당 기업의 이름까지 나돈다. 이들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전직 검찰총장의 부적절한 수사 무마 의혹과 국세청의 비리까지 겹친 중대한 사건이다. 박 위원장과 박 의원은 면책특권의 그늘 아래 숨을 것이 아니라 폭로의 근거를 대고 실명을 밝혀야 할 것이다.
거야(巨野)의 대표들이 ‘묻지 마 의혹’이나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라면 무책임하다. 박 위원장은 최근에도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지시로 국가정보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터를 물색했다”고 주장했다가 청와대가 강하게 반박하자 근거를 대지 못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를 없애려면 헌법의 면책특권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발언의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국회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과 국세청은 선제적으로 의혹 규명에 나서야 한다. 전직 검찰총장이 ‘전관예우’를 이용해 검찰 수사 초기단계에서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검찰에 태풍이 몰려올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대박 검사장’ 진경준, ‘스폰서 부장검사’ 김형준 사건으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검찰은 더 늦기 전에 실체를 규명해 사실이면 부패의 뿌리까지 도려내고, 사실이 아니라면 실추된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박 의원으로부터 “국세청 직원도 뇌물을 받았다”고 공격당한 임환수 국세청장은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차제에 검찰 총수나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자제함으로써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전통을 쌓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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