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약 예산협의’ 취임 첫해 한번뿐… 진행상황 점검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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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지역공약 지지부진]사업 계속 추진될지 불투명
7조 드는 보령∼울진 고속도로 등 22개 사업 타당성 조사 완료 못해

‘완료된 사업’ 분류 엉터리
대구 의료허브 실제 진행률 9.8%… 광주 車생산기지 예비조사만 마쳐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중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17개 시도별 주요 지역공약도 포함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임기가 1년 5개월 남은 시점에서 공약 이행 상황을 분석한 결과 정부는 완료된 사업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정부는 대구에 국가첨단의료허브를 구축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지역공약 사업을 2015년 완료한 것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현재 기반공사만 완료됐고 의료 관련 연구소 등을 유치 중이다. 2038년까지 진행돼야 할 사업이라 실제 진행률은 9.75%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에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및 그린카 클러스터를 지원하겠다는 지역공약도 올해 7월 예비타당성 조사만 마쳤을 뿐 지방비를 얼마나 부담할지 협의가 되지 않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사업을 이미 2015년에 완료한 것으로 분류했다. 두 사업 모두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포함된 것들이지만 허술하게 관리한 결과인 셈이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4일 기획재정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67개 재정 사업 중 135개 사업이 정상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국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을 면밀하게 확인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 평균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신청할 예정인 사업 22개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 이후 계속 추진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요 지역공약이었던 4조8987억 원이 필요한 대구∼광주 철도 건설 추진 사업, 7조2424억 원이 필요한 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조차 못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가 안 된 광주천 생태복원 사업(1903억 원), 용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2350억 원) 등은 박 대통령이 지역공약에 포함시켰던 광주 도심 하천 생태복원 사업들이었다.

 예산도 제대로 투입되지 못했다. 기재부는 지역공약 사업 167개에 124조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비·지방비·민간투자 등의 분담 비율이 정해진 사업이 40조 원 규모였고, 나머지 84조 원은 아직 분담 비율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40조 원 가운데 국비 26조 원, 지방비 4조8000억 원, 민간투자 6조6000억 원, 공공기관 2조6000억 원 등으로 분담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2017년도 예산안까지 포함해 국비가 투입된 건 13조 원 안팎에 불과했다. 나머지 84조 원이 필요한 사업도 최소 50조 원 넘게 국비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정부 예산은 현재까지 5분의 1도 투입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2013년 지역공약 이행 계획을 발표한 뒤 2014년부터는 지역공약 사업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새누리당도 2013년 지역공약실천특위를 만들어 2014년도 예산안에 공약 사업 예산이 포함되도록 정부와 협의했지만 그 이후에는 국무총리실이나 기재부, 새누리당 모두 지역공약 진행 상황을 점검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표만 의식해 공약 사업을 남발하고 진행 여부는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며 “공약을 세울 때부터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 가능하고 꼭 필요한 사업 위주로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K2(공군)비행장 이전 추진이나 88올림픽고속도로 확장 사업 등 지역공약을 실천에 옮긴 것도 있지만 다수의 지역공약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공약을 세울 단계부터 실현 가능성을 감안해 꼭 필요한 사업만 공약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공약을 만드는 단계부터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제시해 검증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대선 공약을 미리 제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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