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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최영훈의 법과 사람]정세균 의장과 도토리들의 키 재기

입력 2016-09-03 03:00업데이트 2016-09-0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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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숭어가 솟는 걸 보고 망둥이들도 튄다. 바닷가 풍경이 세상사에서도 벌어진다. 거꾸로 망둥이가 튀니 숭어도 튄다. 대권욕(大權慾)에 눈먼 도토리들이 출마 선언하는 데 자극받은 것인가. 중립을 지키려고 당적을 버린 국회의장까지 체통 없이 튄다.

망둥이가 튀니 숭어도 튀나

정세균 의장이 1일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비판했다. 발끈한 새누리당의 사과 요구로 국회 운영이 이틀째 중단되며 파행했다. 여야의 강(强)대강 충돌로 나라가 시끄럽다.

정 의장은 “고위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용인될 수 없다”면서 ‘우병우 버티기’를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검찰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정수석이 직을 유지한 채 수사받는 것을 꼬집는 것은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소통이 전혀 없었고,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럽다”며 사드 배치를 비판한 것은 도를 넘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은 의장이 가볍게 말할 일이 아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이 인화성이 강한 사안을 작심한 듯 언급해 평지풍파를 부른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니 여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야당 쪽에 기운 발언을 이어가다니, 정세균답지 않다. 백봉신사상 최다 수상자가 의장이 된 뒤 가볍게 처신한 까닭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3부요인 의전(儀典)을 받다 보니 붕 뜬 것인지, 아니면 식어가던 대권욕을 누군가 자극한 탓인가.

초장부터 거야(巨野)가 보란 듯 추가경정예산안을 일방 처리하며 힘자랑을 해 여당 의원들이 벼르던 차였다. 그런데도 여당을 자극하는 언사로 국회를 수라장으로 만든 연유가 대체 뭔가. ‘민생국회’를 입밖에 꺼내지나 말든지. 그러니 여당 일각에선 ‘대권병’으로 의심하는 거다.

이런 식이라면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로 악명 높았던 19대 국회를 뺨칠 것이 분명하다. 의장까지 대선 전초전(前哨戰)에 가세하니 국회 상황은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달을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악성균’ ‘테러균’ 같은 의장에게 20대 국회를 맡길 수 없다”며 농성을 이어갔다.

여당 의원들의 막말과 농성,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가 잘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원인 제공을 한 의장부터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해 막힌 것을 풀어야 한다. 그리고 혹시 일부에서 의심하듯 대권욕이 남아 있다면 깨끗이 비워라. 끝내 대선에 도전해야겠다면 의장직을 포기해야 한다.

무망한 大權慾깨끗이 비워라

여야의 고만고만한 도토리 후보들이 뒤질세라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준비된 후보는 극히 드물다. 어떤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여야를 통틀어 남경필 경기지사 정도가 미흡하게나마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정도다.

정 의장은 무망한 대권 욕심을 버리고 국회 개혁에 온 힘을 쏟기 바란다. 미련이 남아 대선 고지에 자꾸 눈을 돌리다 국회 개혁을 무산시키면 6선 정치의 해피엔딩이 아니다. 국회 쇄신에 성공한 의장으로 헌정사에 기록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골치 아픈 대통령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영광일 것이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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