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새누리당 김정재 의원 “초선, 아기와 같다더니 그말이 뭔지 알겠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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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의원들의 ‘여의도 3개월’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해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20대 국회의원들이 81자 분량의 선서를 읽으며 국민 앞에 각오를 다진 지 3개월 가까이 흘렀다.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는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의 강한 염원 속에 출범했다. 누구보다 국민의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이들은 그전까지 국회 밖에서 국회를 지켜보던 여야 초선 132명일 것이다.
새누리당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북),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을 통해 의지가 충만한 새내기 의원의 ‘좌충우돌 국회 적응기’를 들어봤다.》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오른쪽)이 7월 8일 당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이 참석한 청와대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국회로 돌아와 의원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재 의원실 제공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오른쪽)이 7월 8일 당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이 참석한 청와대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국회로 돌아와 의원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재 의원실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TK(대구경북) 지역 초선들의 청와대 간담회가 있던 4일, 새누리당 김정재 의원은 점심을 걸렀다.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를 마치고 부리나케 국회로 돌아온 뒤부터 김 의원은 더 바빠졌기 때문이다.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간담회 내용을 전하고, 수첩에 빼곡히 적어온 대화를 넘겨보며 브리핑할 부분을 정리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의원회관 사무실로 돌아오니 오후 3시. 허기도 사라져 있었다. 그때도 휴대전화 벨은 끊임없이 울렸다.

김 의원은 4·13총선 때 경북 포항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첫발을 디뎠다. 20대 국회 영남권 유일의 여성 의원, 당내 6명의 지역구 여성 의원 중 유일한 초선 등 다양한 타이틀도 따라붙었다.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한 뒤 숨 가쁘게 보낸 3개월여에 대해 김 의원은 “아직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여성 초선의 각별한 지역 관리

7월 마지막 주말 김 의원은 오전 8시부터 내리 당 소속 포항 시도의원 17명을 만났다. 2시간씩 지역 민심을 듣는 자리들이 이어졌다. 한 시의원은 “이 지역에서 10여 년간 기초의원을 했지만 국회의원과 일대일 면담을 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단다. 그간 6선의 이상득 전 의원처럼 다선 의원을 봐왔던 포항시민에게 국회의원은 ‘먼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 의원은 자신을 향한 주민들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누나 같고, 언니 같고, 친구 같고, 딸 같은 ‘가족 같은 정치인’. 지역에 가면 수행 비서를 옆자리에 태우고 직접 운전하거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원은 “골목까지도 눈에 더 잘 익히고, 어느 길이 불편한지 피부로 알아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성, 초선이라고 괜한 말이 나올까 지역 관리도 유별나다. 국회에 있을 때도 지역의 작은 행사까지 챙겨 주최 측에 꼭 격려 전화를 한다. 사무실의 제일 눈에 띄는 곳에는 2000여 명의 지역 책임당원 명부를 놔뒀다. 짬 날 때마다 당원들과 전화해 소식을 나누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오늘은 너무 바빠 한 통화도 하지 못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좌충우돌’ 국회 적응기

처음에 김 의원은 스스로를 ‘의회 베테랑’으로 생각했다. 서울시의회에서 상임위원장까지 해봤다는 자신감에서였다. 하지만 착각이었음을 금세 깨달았다. 5월 원내대변인을 맡아 첫 ‘백브리핑’을 하는데 기자 수십 명이 질문을 퍼붓자 무엇을, 얼마나 설명해야 할지 몰라 앞이 깜깜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초선은 아기나 다름없다’고 하던데 정말 여기서 하는 모든 일이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같이 생소하더라”고 말했다.

‘체급’이 올라가면서 되레 일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도 종종 빚어진다. 시의원일 때는 어떤 현안이 문제다 싶으면 담당 공무원과 직접 전화해 현장에 즉시 나갔다고 한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니 정부 부처에 자료를 요청해도 며칠씩 걸리고, 공무원과 함께 현장에 가보려 해도 부처 내 보고도 복잡하고 지자체장까지 움직이니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원내대변인에 새누리당의 ‘심장’ TK 출신이다 보니 정쟁의 최전선에 서기도 했다. 7월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서 김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관련해 준비해온 정책 질의서를 옆으로 밀어 놨다. KBS 보도에 개입한 정황을 담은 ‘이정현 녹취록’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진 여파였다. 김 의원은 “전문가 출신 비례대표는 준비해온 정책 질의를 그대로 했지만 누군가는 대응해야 하니까 제가 총대를 멨다”고 말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김 의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치인이 되는 길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여성 정치인’의 옷이다. 여성 의원들은 대개 빨강, 파랑 등 원색의 정장을 즐겨 입는다. 선명성을 강조하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모르던 김 의원은 무난한 검은색이나 남색의 정장을 입고 다녔다. 어느 날 지역 행사에서 마주친 한 어르신이 “우리 김 의원은 칙칙하게 입어서 어디 눈에 띄지도 않노”라며 서운해하더란다. ‘아차’ 싶었다.

달걀로 바위 치듯 선거를 치르며 김 의원은 시력이 상당히 나빠졌다. 온종일 나다니고 신경을 곤두세운 탓에 시력이 교정술을 받기 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안경도 잘 쓸 수가 없다. 원내대변인이라 카메라 앞에 자주 서니 쓰지 말란 권유가 많았다. 김 의원은 “글자가 안 보여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며 “내 몸이 내 것이 아니구나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매일 오전 6시면 국회로 향한다. 다만 이른 출근이 보좌진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가능한 한 조출(早出)을 줄이려고 한다. 차량에는 조문용 정장, 행사용 점퍼 등과 언제 어디로든 출동할 수 있도록 여행가방을 항상 싣고 다닌다. 김 의원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낮은 자세로 제대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 대신 미숫가루 한 잔을 후루룩 들이켜고 다시 브리핑을 하러 정론관으로 향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 김정재 의원은…
 
1966년생. 경북 포항 토박이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학·석사)와 미국 프랭클린피어스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사무부총장이던 이성헌 전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7·8기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2014년 당 포항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이후 2년여 고향에서 표밭을 다져 20대 국회 ‘영남 유일의 여성 의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초선 의원#새누리당#김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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