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제발 싸우지 말라는 말 가장 많이 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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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의원들의 ‘여의도 3개월’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해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20대 국회의원들이 81자 분량의 선서를 읽으며 국민 앞에 각오를 다진 지 3개월 가까이 흘렀다.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는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의 강한 염원 속에 출범했다. 누구보다 국민의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이들은 그전까지 국회 밖에서 국회를 지켜보던 여야 초선 132명일 것이다.
새누리당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북),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을 통해 의지가 충만한 새내기 의원의 ‘좌충우돌 국회 적응기’를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왼쪽)이 지난달 22일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삼계탕 배식 봉사가 끝난 뒤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고 의원은 “제대로 밥값을 하는 4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왼쪽)이 지난달 22일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삼계탕 배식 봉사가 끝난 뒤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고 의원은 “제대로 밥값을 하는 4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역 재건축 민원 상담, 공릉동사무소 리모델링 준공식, 서울시당위원장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노원갑 지역 대의원 대회, 새마을부녀회 삼계탕 봉사, 추가경정예산 관련 국회 시정연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일주일 일정표는 각종 행사와 회의 등으로 빽빽했다. 고 의원은 “그나마 국회 상임위원회 결산 심사가 끝났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돼 지역 행사가 별로 없어 (일정이) 적은 편이다”라며 웃었다. 20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고 의원은 5월 국회 개원 이후 지역구와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오가며 정신없는 3개월을 보내고 있다. ‘3개월의 초선 일지’를 소개하는 인터뷰는 서울 노원구의 지역사무실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지역 챙기랴, 국회 일정 소화하랴…

“이 부지가 확보된다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논의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관련 연구를 하는 쪽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지난달 22일 서울 노원구 지역 사무실에서 만난 고 의원은 시구의원들과 지역 최대 현안인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 사업 논의에 한창이었다. 그는 “지역 현안은 계속해서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고 했다.

고 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 것은 이번 4·13총선이 처음이었지만, 앞서 20여 년 동안 지역을 지켜왔다.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 당선된 그는 1998년 2기 지방선거에서도 당선됐다. 19대 국회부터 초선 의원의 주요 국회 입성 코스로 자리 잡은 ‘시도의원 또는 구청장 활동→국회의원 도전’ 수순을 거친 셈이다. 고 의원은 “시의원으로 활동했을 때는 ‘육교가 낡았으니 고쳐 달라’, ‘동네 하수구를 손봐 달라’ 등 지역 주민들의 민원 해결이 업무의 가장 큰 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민원 해결사’ 역할은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 주민들이 건네는 말이 달라졌다.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고 의원회관에 내 방이 생기고, 보좌진이 생기고 하는 변화는 사실 크게 와 닿지 않았다”며 “오히려 오랫동안 봐 왔던 지역 주민들이 당선 후부터 민생 경제에 대한 불만부터 양극화 해소, 정권 교체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요구사항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지역 정치와 중앙 정치를 함께 하는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와 중앙 정치를 병행하는 것은 고 의원을 비롯한 45명의 더민주당 지역구 초선 의원에게는 어려운 문제다.

고 의원은 “국회에서 당 관련 회의부터 국회 상임위 일정이 빽빽하게 이어질 때는 지역을 찾기도 어렵다”며 “하지만 최대한 일정과 시간을 쪼개고 있다”고 했다. 지역구를 수시로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주 만나 주민들이 편한 대화의 상대로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달라진 국회, 의원총회에서부터”

고 의원은 최근 동아일보와 이원재 KAIST 교수가 20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관계망분석(SNA)에서 다른 의원들과 인연이 가장 많은 의원으로 꼽혔다. 1990년부터 국회에 발을 디뎠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2010년 손학규 당 대표 시절 부실장 등을 지낸 이력 덕분이다.

이처럼 정치권 경험이 많은 고 의원조차 18대, 19대 국회 의원총회에 대해서는 “지켜보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도 야당 내부에서 분쟁이 있었지만 거친 말과 삿대질이 오가는 원색적인 모습은 아니었다”며 “당에 몸담고 있는 나조차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오죽했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당선 후 지역 주민들이 입을 모아 “제발 좀 싸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것을 그는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 의원은 “초선 의원들끼리 20대 국회에서는 달라진 의원총회 모습을 보여주자는 공감대가 있었고, 아직까지는 과거와 같은 모습이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부 싸움은 나오지 않도록 나부터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대로 밥값 하는 4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시 만난 고 의원의 책상에는 뇌 과학의 역사와 미래 등을 다룬 책 ‘마음의 미래’가 놓여 있었다. 그는 “예전에 봤던 책인데 상임위원회와 관련도 있어 다시 한 번 정독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고 의원은 국회 입성 이후 인공지능(AI)과 AR, VR 관련 공부에도 매달리고 있다. 일자리 때문이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회의원으로서 밥값을 하려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제대로 밥값 하는 정치’는 선거 운동 기간에 고 의원이 내세운 슬로건이자, 4년 동안의 의정 활동 목표다. 그는 “임기가 끝날 때 지역에서도, 국회에서도 ‘기본 이상의 밥값은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1964년생.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국회 부의장실 비서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민주당 원내총무실 전문위원을 거쳐 4·5기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노원구청장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환경관리공단 기획관리 이사,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 등을 거쳐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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