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격 학대’ 부장검사와 ‘갑질’ 금수저에 뿔난 사람 많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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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두 달 전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에게 폭언 및 폭행을 한 김대현 부장검사가 법무부와 남부지검에 근무한 2년 5개월 동안 검사들과 공익법무관, 직원들에게 인격을 모독하는 욕설과 행동을 17건이나 자행했다고 어제 밝혔다. 김 검사를 불러 술시중을 들게 했고 등이나 어깨를 여러 차례 때렸으며 결혼식장에서 술 마실 방을 구해오지 못하자 폭언한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감찰위는 그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을 법무부에 청구하고 남부지검장에겐 검찰총장이 서면 경고하도록 했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김 부장검사가 김 검사의 등이나 어깨를 여러 차례 때린 것은 ‘잘해 보라’는 경고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릇된 지도 방법이 문제이고 자기 행동이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폭언이나 폭행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들린다. 유족은 물론이고 동료, 친구들이 이 발표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김 검사의 유족은 김 부장검사를 형사고소할 것을 검토키로 했다.

김 부장검사의 난폭한 언행에 분노한 많은 직장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자기 일처럼 동병상련의 공감을 표했다. 인성에 결함이 있는 직장 상사의 ‘인격 살인’에 가까운 언행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달 중순에는 경찰에서 부하 직원을 괴롭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경감이 파면됐다. 김 부장검사 같은 ‘결격 상사’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남부지검에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강압적인 리더는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존재라는 점을 최고경영자들이 새겨야 한다.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로 비난받은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최근 3년간 운전기사를 12명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들은 평균 석 달간 법정근로시간보다 4시간 긴 평균 주 56시간 일했다. 숨 막히는 매뉴얼에 들볶이다 길이 막히면 욕설과 구타를 일삼는 사람 밑에서 오래 버티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정 사장은 현대가(家) 3세의 ‘금수저’로 높은 자리에 올랐다. 눈물 젖은 빵도 풍파도 겪지 않고 성장한 사람의 비뚤어진 품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마구 대하면 조직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결국 부메랑처럼 상처만 안기게 될 뿐이다.
#대검찰청#갑질#부장검사#폭언#정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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