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장로켓 ‘천무’ 부품 추정 도면, P2P로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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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미사일 ‘현무’ 추정 부품 도면도
방사청 “보안조치… 공식도면 아니다”, 전문가 “무기체계 약점 노출 우려”
남북경협사무소 靑보고서 초안 등… 정부 비공개문서, 공유사이트 떠돌아

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한 직원으로부터 유출된 엑셀 파일에는 37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들어 있었다. 변종국 채널A 기자 bjk@donga.com
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한 직원으로부터 유출된 엑셀 파일에는 37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들어 있었다. 변종국 채널A 기자 bjk@donga.com
우리나라가 약 13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차기 다연장로켓 ‘천무’의 부품으로 추정되는 도면이 P2P(개인 간 거래) 공유 사이트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비공개 정보가 담긴 문건, 10대들의 범죄기록과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파일도 P2P 사이트에서 발견됐다.

본보 및 채널A는 주요 P2P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공유한 파일 중 한글(HWP)과 엑셀(XLS), PDF 형태로 된 문서를 수집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인정보 이용 범죄와 안보 위협에 악용될 수 있는 파일이 상당수 포착됐다.

천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도면 파일은 한 방산업체 직원의 실수로 유출됐다. 이 직원이 퇴사하면서 가져간 외장하드에 들어 있던 파일들이 실수로 P2P 사이트에 노출된 것이다. 유출된 도면 중에는 목표 정밀 타격을 위한 구동 장치로 추정되는 것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산 미사일 ‘현무’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부품 도면도 발견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관련 사실을 알게 돼 해당 업체 등을 대상으로 유출 경위를 확인했고 필요한 보안 조치를 했다”며 “다만 해당 도면이 공식 도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도면과 결정적인 차이가 없다면 참고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적이 도면을 손에 넣은 다음 분석하게 되면 우리 무기 체계의 약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10월~2008년 1월 개성 남북경협사무소에서 작성된 ‘비공개’ 문건 10여 개도 발견했다. 2013년 유출된 이 문건들은 대부분 통일부 장관에게 보고되고 청와대에까지 배포되는 ‘주간 업무 보고서’의 초안이었다. 2007년 11월 문서에는 ‘북측이 남측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및 BBK 의혹 관계자 소환 일정을 문의하는 등 남측 대선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 달 뒤 작성된 파일에는 ‘북측이 수시로 행사(개성공단 내 경협사무소 신축 청사 준공식) 일정을 번복하고 장관 기념사 내용 중 일부 문장 표현의 삭제 또는 수정을 요청해 서로 갈등이 고조됐었다’고 쓰여 있었다. 당시 직원들이 평양을 돌며 찍은 사진 20여 장도 발견됐다. 통일부는 “한 직원이 작업을 위해 개인 PC에 저장했던 자료가 실수로 올라간 것”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직원을 징계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보호관찰소에서 만든 보호관찰기록 관련 파일 1000여 개도 유출됐다. 여기에는 주민등록번호, 주거지 등의 개인정보와 범죄 사실, 가족들의 휴대전화번호가 있었다.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든 엑셀 파일도 있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2014년, 9급 직원이 개인 노트북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중 본인도 모르게 유출한 것”이라며 “관련자를 지방 소재 기관으로 전출시키는 등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해당 부처들은 유출 사실을 파악해 나름의 조치를 했지만 해당 문건을 내려받은 사람이 1명이라도 있을 경우 파일은 언제든 다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P2P 사이트의 특성상 파일이 한번 전체 공개되면 완벽하게 회수해 없애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USB 등 물리적 저장 수단을 통한 반출 방지를 강화하고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보안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변종국 채널A 기자
#다연장로켓#천무#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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