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저린 반성’ 빠진 법무장관의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진경준 비리 부끄럽고 참담” 밝혔지만 안이했던 초기대응 언급 없어
진경준 구속직후 언론에 e메일 보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안전 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김 장관은 이에 앞서 진경준 검사장의 금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언론을 통해 e메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안전 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김 장관은 이에 앞서 진경준 검사장의 금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언론을 통해 e메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진경준 검사장(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구속 수감) 금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다. 진 검사장이 공직자 재산 공개를 한 지 115일 만이다.

법무부는 김현웅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당초 이날은 법사위 결산회의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법무부가 법사위에 양해를 구해 특별히 사과 시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김 장관은 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17일 0시 반경 법무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 사과문에서 “법무부 간부의 금품 비리 사건으로 국민들께 크나큰 충격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구보다 청렴해야 할 고위직 검사가 상상할 수 없는 부정부패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 “특임검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어 “검사에 대한 인사 검증 및 감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이 같은 일을 다시 발생시키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인사 검증과 감찰 기능을 담당하는 실무진이 좀 더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식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맞춰 사과문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여론이 더 악화되기 전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것은 1948년 검찰청법 제정으로 검찰이 처음 문패를 내건 이래 사상 처음이다. 과거에도 고검장급, 검사장급 인사가 구속된 적은 있지만 검찰 소환 전 사표가 수리돼 모두 전직 신분이었다.

하지만 김 장관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과문에는 이번 사건 초기 법무부의 안이했던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사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는 올해 3월 진 검사장의 재산이 공개된 이후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는데도 한동안 ‘개인의 주식 거래’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여 왔다. 또 거듭되는 악화 여론에도 불구하고 진상조사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떠넘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진 검사장 사태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는 데 법무부가 앞장섰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김 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진 검사장 사건뿐만 아니라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57·구속 기소)의 법조 비리,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 자살과 관련된 상관의 강압 혐의 등 최근 이어진 검찰의 비위 의혹으로 악화된 여론에 등 떠밀려 이뤄졌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번 대국민 사과에서 홍 변호사 비리와 김 검사의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의 사과에 이어 김수남 검찰총장도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열고 대국민 사과에 대한 입장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는 전국 5개 고검장과 대검 차장, 법무연수원장 및 서울중앙지검장이 참석한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진경준#법무장관#사과#김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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