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는 뭘 하기에 어민들이 중국 불법 어선 붙잡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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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새벽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남쪽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2척을 붙잡았다. 우리 어선 19척은 조업신고를 하고 출항했으나 꽃게잡이 중국 어선 70여 척을 발견하자 목숨을 걸고 직접 나포에 나선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3월 “꽃게 성어기(4∼6월)를 맞아 중국 어선 불법 조업 근절을 위해 서해5도 NLL 해역에 경비함정과 특공대를 전진 배치하고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홍보했지만 우리 어민들이 사투를 벌일 때 해경은 없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의 무능으로 해양경찰청 해체가 발표되자 중국 어민들은 박수를 쳤다고 한다. 이후 NLL 부근 불법 조업은 더욱 기승을 부려 지난해 해군 레이더에 잡힌 중국 어선이 하루 329척, 2014년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해경이 국민안전처 산하로 들어가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뀐 뒤 중국 어선들이 주로 작업하는 야간에는 아예 단속을 하지 않아 “해경이 사무직 공무원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어민들이 오죽했으면 조업을 포기하고 중국 어선을 잡으러 갔겠느냐는 여론이 들끓는데도 해경은 이들의 조업구역 무단이탈과 관련해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니 어이가 없다.

중국 어선들이 NLL 북쪽으로 내빼면 군사 충돌 우려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해경의 설명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어민들이 중국 불법 어선을 나포한 지점은 NLL에서 남쪽으로 550m 정도밖에 안 돼 북한의 공격에 노출된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어민도 보호하지 못하고, 불법 조업 어선도 단속하지 못해서야 무슨 수로 우리 영해와 해양주권을 지킬 것인지 답답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10월 31일 한중 어업공동위원회가 채택한 불법 어업 방지를 위한 합의문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한 쟁점 중 하나가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 문제가 협정문에 담기지 않았다는 것인데 완전히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국민 앞에 거짓말하지 않았다면 즉각 중국에 합의문 이행을 촉구하기 바란다.
#연평도#서해 북방한계선#nll#불법 조업#중국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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