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데 회의 하나요?”… 절박함 없는 새누리 비대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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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의부터 중구난방

3일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첫 회의를 지켜본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봉숭아학당’이 따로 없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비대위는 매주 월, 목요일 두 차례 오전 9시 정기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자 한 비대위원은 “오전에 대학 강의가 있다. 시간을 늦출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다른 비대위원은 “차라리 오전 7시 반에 조찬 모임으로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오전 강의로 참석이 힘들다던 비대위원도 이에 동조했다. 하지만 논란 끝에 언론 취재 등을 고려해 원래대로 오전 9시에 회의를 열기로 했다.

2차 회의 예정일(6일)이 공휴일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자연스럽게 2차 회의는 하루 늦춰 7일 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한 비대위원은 “공휴일이라고 회의를 열지 않는다면 절박함이 없어 보인다”며 ‘공휴일 회의 강행’을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은 의욕이 넘쳤지만 다른 위원들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없던 일이 됐다.

또 다른 비대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위원들이 다같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4·13총선 참패 뒤 50여 일 만에 구성된 지도부인 만큼 사과로 새 출발을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10일 열릴 정책워크숍에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모여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인데, 비대위원들이 먼저 사과하는 건 모양새가 이상할 수 있다”는 반론에 꼬리를 내렸다.

한 당직자는 “2시간가량 이어진 첫 회의에서 중구난방 의견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앞길이 캄캄했다”고 했다. 당초 당 안팎에선 정치나 당내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구상이 나왔을 때부터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더욱이 김희옥 위원장은 당내와 외부 인사를 절반씩 섞어 비대위를 구성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영우 비상대책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영우 비상대책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장 비대위가 10일 정책워크숍을 ‘화합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워크숍에선 계파 청산을 위한 대국민 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지만 계파 해체와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두고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자칫 정책워크숍이 ‘계파 패권주의’의 민낯을 다시 한번 보여 주는 ‘막장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책워크숍은) 원내대표실이 주도하고 비대위는 주로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라며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치 쇄신 분야를 담당할 비대위 내 1분과가 비박계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친박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1분과는 유병곤 비대위원(전 국회 사무차장)이 위원장을 맡고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권성동 사무총장과 김영우 비대위원이 참여한다. 첫 회의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이유가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인데 선거 때 있었던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복당 문제를 가장 먼저 꺼낸 민세진 비대위원도 1분과 소속이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나 당 지도체제 개편, 당권-대권 분리 규정 수정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룰 1분과에서 비박계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우 의원은 공개적으로 “계파 문제로 공천 파동이 났고,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졌다”며 ‘조속한 일괄 복당’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비대위가 유 의원의 복당을 결정할 경우 비박계 중심의 ‘정진석 비대위’를 무너뜨린 친박계가 다시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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