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우둔한 힐러리 말고 선견지명 있는 트럼프 찍어라” 두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11시 59분


코멘트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가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현명하며 선견지명 있는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노동당이 운영하는 북한 공식 매체가 트럼프 후보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해외 6개 언어로 발행하는 월간잡지 ‘조선의 오늘’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트럼프는 막말 후보나 괴짜 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우둔하다”고 논평했다. 사실상 트럼프에 손을 든 것이다.
매체는 ‘재중동포 학자 한영묵’이라는 필명으로 ‘트럼프 충격으로 보는 한국의 정체성’이란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논평했다. 하지만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 관행에 비춰 이 글은 중국학자가 아닌 북한 내부 필진이 썼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 씨는 “트럼프가 내뱉은 막말 공약에는 일정한 정도로 긍정할 측면이 적지 않다”며 트럼프가 ‘남북한 간에 전쟁을 하든 관여하지 않겠다’라고 한 발언이나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 지불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빼내겠다’고 한 발언들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로 지불한다면 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 이걸 공짜로 처먹겠다는 트럼프의 속통이야말로 승냥이 심보”라면서도 “한국이라는 것이 자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저당 잡힌 처지에 (미군에) 나가달라고 말 못했는데 (트럼프가) 제 발로 나가겠다고 한다. 어서 그래라, 어서. 지금까지 열창해 온 ‘양키고홈’이 이렇게도 쉽게 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 지도부와도 직접대화도 하겠다”고 한 말을 거론하며 “그러고 보면 역시 트럼프는 막말후보나 괴짜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있는 대통령후보감”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놓고 볼 때 미국민이 결단코 선택해야 할 후보는 그 무슨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에서 이란식 모델을 적용해보겠다는 우둔한 힐러리보다 조선과의 직접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과거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라지게 하겠다’ 등등의 발언을 쏟아낸 점을 놓고 볼 때 북한 잡지의 이러한 평가는 의외로 볼 수 있다.

트럼프에 대해 지금까지 북한 매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몇몇 북한 외교관들만 트럼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무시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 지난달 23일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선거용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루 앞서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 역시 김정은과 만날 것이란 발언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