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참패 불구 더민주 ‘123석’ 일등공신 문재인, 그의 거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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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14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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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동아일보 DB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동아일보 DB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23석을 확보하며 12년 만에 제1당에 등극했다. 더민주는 수도권 압승과 부산·경남(PK)의 깜짝 선전을 이끌었지만 야권의 핵심 기반인 호남권에서 단 3석만을 차지하며 ‘참패’했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

특히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묘한 처지에 놓였다. 앞서 8일 문 전 대표는 호남을 찾아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문 전 대표는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호남 민심을 되돌리려 했지만 결과는 냉담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여전히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 또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고 수도권과 영남 선거를 승리로 이끈 건 그의 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문재인 책임론’에 대한 당내 반응은 어떨까? ‘문 전 대표의 책임만이 아니다’는 의견과 ‘문 전 대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정청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더민주의 변함없는 상수(賞首)”라며 문 전 대표의 공을 치켜세웠다. 정 의원은 14일 트위터에 “(문 전 대표가)호남에 가서 보인 진정성이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수도권 승리를 견인해 냈다”며 “선거막판 지지자들의 결집 계기를 만들고 젊은 유권자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낸 것은 문재인의 공로”라고 강조했다.

박광온(경기 수원정) 당선자는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분)녹색바람의 상륙을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석 차이지만 제1당이 됐고 수도권에서 압승을 했다. 또 녹색바람이 차단됐다. 더 이상 호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표창원(경기 용인정) 당선자는 “호남의 지지라는 것은 의석수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며 “문 전 대표가 광주와 호남을 방문하면서 참여하셨던 시민들의 열기가 대단히 뜨거웠다. 결국 의석수는 각 지역에서의 다수를 말하는 것이고 호남 전체에서의 지지율은 상당히 상승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철희 비례대표 당선자도 호남 참패 책임을 온전히 문 전 대표가 질 필요가 없다며 “본인이 하신 말씀을 너무 기계적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선지지율로 보면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1등이고 당이 활동을 못하게 막았던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에서의 지지’ 의미를 어떻게 규정할지는 문 전 대표의 판단에 달렸다는 의견도 있다. 단순히 이번 총선의 의석수로만 판단할 게 아니라는 것.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총선의 결과로 ‘국민의당에 졌다’ 이게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바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호남의 민심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그 지지성향이 나타날 텐데 거기서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물러나야 할 것인지, 이 부분은 문재인 전 대표께서 잘 판단하실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영춘(부산 진구갑) 당선자도 “좌우지간 우리 당에는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문 전 대표 발언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면서 “호남에서의 지지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선 문 전 대표께서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남 참패는 인과응보’라고 밝힌 김종인 대표는 뭐라고 했을까?

그는 이날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고군분투 수고하셨다.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면서도 문 전 대표의 호남행(行)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제가 따로 얘기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당 외에서는 박지원 국민의당 당선자(전남 목포)가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박 당선자는 “문 전 대표가 그렇게 말했으면 무신불립(無信不立)아니냐.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왜 박근혜 대통령은 한 번 말한 것을 지키지 않느냐고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며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홍은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호남의 지지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 때 드린 말씀엔 변함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문 전 대표가 당장 정계은퇴를 선언하지 않고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이 이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묻자 “자, 이제 가시죠”라며 말문을 닫았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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