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재에도 北 위장회사 소속 선박 포항항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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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재에도 북한 위장회사 추정 소속 선박 포항항에
6일 머물다 16일 일본으로 … 북한 배 입항 금지 구멍?
해수부 “제재 대상 증거 없다”며 입항 금지 안 해

북한 선박 및 북한을 거쳐온 제3국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한국의 독자제재 시행 이후 북한의 불법 위장회사 소속 선박이 포항항에 6일 동안 입항해 있었음에도 한국 정부는 제재 대상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입항을 금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는 시에라리온 선적 배인 6000t급 센요 마루(Senyo Maru) 호가 10~16일 포항항에 머물다가 16일 오후 일본으로 떠났다. 해양수산부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NK뉴스는 이 배가 유엔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을 포함해 북한의 불법 해운망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선박정보시스템(Equasis)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이 선박이 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안의 제재 대상인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배인 그랜드카로호와 소속 운영회사가 같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아오양(Aoyang) 인터내셔널이다. NK 뉴스는 이 회사가 북한 배임을 감추기 위해 북한이 사용하는 조직망의 일부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이달 독자 제재를 통해 국내 입항을 금지한 ‘제3국 선박을 위장한 북한 배’임에도 한국 정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한국 항구 입항을 금지하는 북한 배 리스트가 있다고 말했으나 공개되지 않은데다 해수부는 이 목록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회피 전술이 통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 간 소통 부족이 북한 배들이 활동할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센요 마루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OMM 소속이 아니고 한국 정부가 독자 제재안을 발표한 이달 8일 이후 북한에 북한을 거쳐온 배가 아니다”라며 “해당 선박이 제재 대상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없어 제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독자 제재 발표 전에도 ‘북한을 거쳐온 배가 한국에 입항하려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이 배는 이전에도) 이런 허가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허가를 신청한 적이 없으니 북한에 기항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 배가 실제로 북한에 기항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는 분명히 알지 못했다. 특히 이 배가 북한의 불법 위장회사 소속 배일 수 있다는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OMM 소속 오리온스타호가 버젓이 한국 영해를 통과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이어 한국 정부의 ‘구멍 난 제재’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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