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총선 공약 발표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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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兆 더 필요… 法 못바꾸면 ‘공수표’
김종인 “재원 마련은 정치적 의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도 당시엔 무슨 돈으로 할 거냐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치적 의지가 강하니 결국 확립돼 시행 중이다.”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 공약을 발표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을 사실상 디자인했다. 당시 야권은 기초연금 등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당했고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년이 흐른 지금 야당으로 적을 바꿔 다시 기초연금 카드를 던진 김 대표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까.

더민주당은 현재 소득 하위 70%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20만 원씩 차등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2018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올해는 먼저 기초연금 차등 지급을 없애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0만 원을 전액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급액을 3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노인 세대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고 노력했다.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재원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며 “복지 재원은 정치적 의지만 확고하면 어떤 형태로라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놓은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 “기초연금 증액땐 정부-지자체 갈등 커질것” ▼

“고령사회 주소비층 연금 늘려 내수 살려야”

3월 9일자 A1면.
3월 9일자 A1면.
더민주당은 소득 하위 노인에게 30만 원씩 균등 지급할 경우 2018년 약 18조7000억 원이 필요해 현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6조4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재정 복지 조세 등 3대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다. 부자 감세만 처리해도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더민주당의 공약이 노인층을 겨냥한 ‘공수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먼저 기초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여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인상이 불가능한 셈이다.

설사 기초연금 확대가 실현된다고 해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초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2040년에는 약 100조 원, 2060년에는 약 229조 원이 필요하다. 만약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인상할 경우 기존 제도에 비해 최소 1.5배의 재원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며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기초연금 확대로 인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재정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기초연금의 재원은 중앙이 약 75%, 지방이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제2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초연금제도의 확대는 미래 세대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기초연금 대상자를 30% 이하로 축소하고, 그 대신 연금액을 늘리는 게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단순 비용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현재는 12% 수준이지만, 2060년에는 40%를 돌파하게 된다. 이들을 빈곤한 상태로 방치할 경우, 내수 부진에 따른 경제 침체는 물론이고 사회 불안과 계층 갈등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00조 원(2040년)이 넘게 드는 기초연금 재원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은 1.9% 수준이다. 이 비율은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70년에 가서야 서유럽 수준인 10%대를 돌파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 숫자로 보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경제 구조로 보면 기초연금을 올려도 적정 수준이다”라며 “노인들은 미래의 주력 소비부대인데, 제대로 된 연금을 주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민동용 기자
#더민주#기초연금#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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