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통합하면 죽겠다”는 말로 내홍 잠재우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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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하책으로 만년 야당 하자는 이야기와 같다”며 거부 의견을 다시 밝혔다. 안 공동대표는 “정치 공작”이라는 말로 김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그러나 죽음을 걸고 지키겠다는 독자노선의 내용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심중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냥 ‘야당 통합’ 반대에 목숨을 걸겠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답답해 보인다.

이번 총선 결과가 야권의 분열로 여 압승-야 참패로 나오면 안 대표가 책임질 거냐는 우려가 야당 지지층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이참에 김 대표와 만나 협력과 대화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정책의 차별성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그가 표방한 ‘열린 정치’에 맞을 것이다. 말로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를 깨겠다”면서 “죽으면 죽었지 (통합)못한다”는 식의 대응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다시 일으켜 세울 내공과 역량을 지녔는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김종인의 통합론에 이러저리 흔들리고 있다. 4일 밤 ‘통합 불가(不可)’ 쪽으로 당론을 모았지만 내홍은 잠복했을 뿐이다.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없으면 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대표는 “수도권 연대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는 말로 지역별 연대의 물꼬를 열어뒀다. 통합에 반대한 의원들도 정치적 명분보다는 더민주당으로 가도 공천과 당선 가능성이 분명치 않다는 현실적 이유로 몸을 사리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은 정치적 비전과 차별화에 실패한 안 대표의 내공 부족과 리더십 결핍이 결정적 이유다. 위기에 처한 안 대표가 ‘사즉생(死則生)’의 결기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풍비박산(風飛雹散)의 처지로 몰려 ‘포말(泡沫)정당’이 될 수 있다.
#안철수#국민의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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