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문재인은 돌아올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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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허문명 논설위원
모든 선거에는 이슈가 있다. 핵심 이슈를 선점하는 쪽이 주도권을 잡는다. 4·13총선의 이슈는 뭘까. 한마디로 안보와 경제라고 생각한다.

4차 북핵 실험 후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도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야당이 안보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야당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던 지난달 24일에도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법안)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냐”며 대야(對野) 안보 공세를 펼쳤다.

야당 향한 안보 공세


만약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전쟁하자는 거냐”는 말로 미뤄볼 때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정면 대결을 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는 전선(戰線)을 옮겼다. 필리버스터 중단을 성사시킨 그는 그동안 공언한 대로 곧 정부의 경제 실패를 타깃으로 ‘경제’ 드라이브를 시작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양극화 해소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경제 이슈 전면 부각을 통해 여당과 청와대를 공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아직 이슈 주도권을 못 잡고 있으니 이번 총선은 박 대통령 대(對) 김 대표가 주도하리라 본다. 대통령과 한때 그의 ‘참모’였던 사람의 맞대결이라니 세상사 참으로 모를 일이다.

요즘 세간의 관심은 여당보다는 ‘김종인의 더민주’에 쏠려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신문은 물론이고 종편이 핫이슈로 다루고 있다. 정작 그를 삼고초려해 모셔온 문 전 대표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그동안 보여준 두 사람의 생각과 행보도 너무 달랐다. 필리버스터만 해도 문 전 대표는 “짠하다 힘내라” 한 반면 김 대표는 “중단” 결정을 내렸다.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을 버리고 공천권까지 쥐여준 더민주는 급격히 ‘김종인 체제’로 이행 중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문재인)가 지난 대선에서 48% 득표한 것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에 도전하려면 달라져야 한다” 하더니 최근 인터뷰에서는 “솔직하고 성실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으로는 안 된다. 안보 지혜, 글로벌 사회에 대한 인식, 경제 지식, 미래 교육에 대해 완전하지는 않아도 기초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남에게 듣고서 판단할 줄은 알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총선 후 문 전 대표의 행보이다. 과연 그는 더민주의 대선후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친노 존재감 없어질 것

그러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시대정신, 즉 국민이 바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해결책이 있어야 하고, 둘째 총선 승리에 기여해야 하며, 셋째 당내 기반이 강화돼야 한다. 아쉽게도 세 가지 모두 부족해 보인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낸다면 그것은 문 전 대표 공이라기보다 김 대표 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선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더 불리한 상황이 된다.

더구나 그의 조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친노 그룹은 이미 공천 과정에서부터 약화됐으니 경선, 본선에서의 입지는 더 줄어들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친노의 ‘정치적 존재감’은 거의 없어질 것이 확실하다.

문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오는 길은 아마 떠났던 길보다 더 험난할 것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친노#문재인#더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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