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안철수 겨냥해 “이기심 집착말라”… 제3당 내분 부추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종인 야권통합 제안]
기습적 선거판 흔들기 배경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야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발(發)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동안 벌어진 분열과 혼란, 서로를 향해 쏟아부은 독설에 대한 해명도, 9일간의 국회 마비에 대한 사과도 없다. 야권은 이번에는 통합을 둘러싸고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 김종인의 기습 제안은 다목적 카드

김 대표는 2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반드시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전격적으로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불과 5일 전만 해도 “당 차원에서 후보 연대를 하자는 얘기는 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당을 쪼개고 나간 사람들인데 후보 연대를 할 거면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며 통합에 극히 부정적이었다.

김 대표의 기습 제안은 우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전체 지역구의 절반(122석)에 가까운 수도권에서는 참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총선 패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상승세를 막고 내분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도 읽힌다. 김 대표는 이날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고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했다. 이날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의 만남에서도 “리모델링을 하겠다더니 또 새집을 짓겠다고 나갔다”며 “새집을 짓겠다고 하신 분은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는 “안철수라는 돌발적인 사람이 자기 이기심에 사로잡혀 오늘날 야권을 이 꼴로 만든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내 강경파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필리버스터 정국’ 장기화에 따른 역풍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그는 “야권 통합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분열된 야권으로 총선 승리 이끌 수 있겠느냐”며 필리버스터 종료를 요구했다.

김 대표의 제안은 탈당 의원들이 명분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표 사퇴 △친노(노무현) 패권주의 청산 △기득권 해체 등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의 연이은 ‘우(右) 클릭’ 행보 역시 결과적으로 야권 통합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설사 ‘야권 통합’이 불발돼도 더민주당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제1야당으로서 야권 통합을 위해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며, 선거 패배 시 책임을 국민의당 측에 전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총선 전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

야권에선 김 대표의 제안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간 당내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야권 통합이나 연대 없이는 총선 승리도 없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수도권은 5% 이내의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곳이 많다”며 “3당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새누리당만 웃는다”고 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수도권 122개 선거구 중 33곳(27%)에서 득표율 5% 이내의 박빙 승부였다.

문제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관심 지역이 수도권과 호남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선 이미 두 당 후보들이 독자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 상황이다. 양당 지도부가 통합을 선언한다고 해도 후보들이 온전히 따를지는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후보들이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통합의 효과는 사라지고 결국 3자 구도가 된다”고 했다.

물리적인 시간도 걸림돌이다. 2012년 4·11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 연대조차도 22일 동안의 밀고 당기기 끝에 3월 10일에야 결론이 났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협상을 시작한다 해도 열흘 안에 끝내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결국 ‘당 대 당 통합’ 대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후보 간의 결단에 따라 부분적 연대가 이뤄지는 식으로 결론 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안철수 대표는 이번에도 물러서면 사실상 차기 대권도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이 때문에 총선에서는 ‘느슨한 연대’를 택하고, 완전한 통합은 총선 이후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김종인#안철수#야권통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