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K 6명밖에 안 날리겠나”에 담긴 與이한구 본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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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TK(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찍힌 유승민 의원은 “주로 원내대표를 했을 때 대표 연설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며 “제가 했던 말엔 당의 정강정책에 위배된 것이 전혀 없다고 거듭 말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 ‘저격수’로 알려진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나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았다. 그때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똑같은 마음으로 가고 있다”고 거듭 진박 후보임을 강조했다. 지역 현장의 신경전이 면접장으로 옮겨온 듯하다.

이날 TK지역 면접은 전날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의 발언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기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떠도는 루머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이 위원장은 “대구만 해도 현역 의원이 모두 12명인데 어떻게 6명밖에 안 날아가느냐”고 대답했다. 곧바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고, 농담”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에서 진박을 자처하는 후보는 6명이다. 19대 총선 때는 대구에서 12명의 현역 의원 중 7명이 공천에서 배제됐었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특히 대구만큼은 자신의 통치철학을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야 퇴임 후도 든든하지 않겠는가. 진박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자가발전식 선전을 하고, 친박 중진들이 물갈이를 언급하며 ‘진박 마케팅’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진박 마케팅 이후 진박 후보들의 지지율은 그전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이 위원장은 “대구경북 주민들의 핫이슈는 개혁한다고 청와대도 난리법석인데 19대 당선시켜놨더니 도대체 너희들(현역 의원들)은 뭐했나라는 것”이라며 “(면접에서) 그런 걸 위주로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본심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무슨 권한으로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솎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그런 힘을 가졌다 한들 대통령을 위해, 또는 특정 계파를 위해 선무당처럼 칼을 휘두른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새누리당#공천#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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