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러시아 원잠 이렇게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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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7월 14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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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워싱턴 항모(위)와 일본의 경항모 이즈모함. 가상적의 원잠이 나타나면 미국은 항모를 중심으로 한기동함대를 보내 요새작전을 펼쳐 이 원잠을 격파한다. 일본 해자대도 요새작전을 펼칠 능력을 갖고 있다. -동아일보
미국의 조지워싱턴 항모(위)와 일본의 경항모 이즈모함. 가상적의 원잠이 나타나면 미국은 항모를 중심으로 한기동함대를 보내 요새작전을 펼쳐 이 원잠을 격파한다. 일본 해자대도 요새작전을 펼칠 능력을 갖고 있다. -동아일보

물귀신 같은 맨투맨, 소를끼치는 요새작전


진해항에 들어온 미 해군의 LA급 공격원잠. 미 해군은 LA급을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원잠 기지 앞에 침투 매복시켜 놓았다가, 그들의 전략원잠이 나오면 추적을 한다. LA급 공격원잠은 적 전략원잠을 맨 투맨으로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펼친다. -동아일보
진해항에 들어온 미 해군의 LA급 공격원잠. 미 해군은 LA급을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원잠 기지 앞에 침투 매복시켜 놓았다가, 그들의 전략원잠이 나오면 추적을 한다. LA급 공격원잠은 적 전략원잠을 맨 투맨으로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펼친다. -동아일보


소리 전쟁

원잠은 ‘전략(戰略)원잠’과 ‘공격(攻擊)원잠’으로 나누어진다. 전략원잠은 지상을 공격하는 전략무기(핵무기)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싣고 다니는 것이고, 공격원잠은 탑재하지 않은 원잠이다. 공격원잠은 지상을 공격하는 무기로 재래식탄두를 단 순항미사일(SLCM)을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SLBM은 매우 크고 수직으로 발사해야 하기에, 이를 실은 전략원잠의 지름은 20m 정도가 되어야 한다. 부수되는 장비도 많고 크기에, 길이도 길어져, 전략원잠은 1만이 넘는 대형이 된다. 공격원잠은 그 절반인 7000~9000여t 정도다.

이러한 공격원잠이 전략원잠을 잡는 귀신이 되는데,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롭다. 물속에서는 잠수함의 덩치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커도 어뢰를 맞으면 압력함체(잠수함의 외피)가 깨져 바닷물이 들어와 ‘수장(水葬)’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상대에게 먼저 들킬 수 있는 것은 덩치 큰 고래이지 그보다 작은 고등어는 아니다. 그런데 고래도 고등어가 쏜 어뢰를 맞으면 압력함체가 깨져 가라앉아 버리니, 전략원잠은 고등어를 피해 다녀야 한다. 전략원잠은 공격원잠의 추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전략원잠과 공격원잠을 모두 가진 나라는 5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뿐이다. 이들은 냉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이 원잠을 갖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 신경전의 중앙에 미국 해군이 있다. 미국을 제외한 4개국 전체가 보유한 것보다 많은 공격원잠을 보유한 미국 해군은, 공격원잠 활용의 달인이다. 미 해군이 보유한 공격원잠의 대표가 바로 LA(로스앤젤레스)급이다(표 참조).



국제법상 영해는 12해리까지이다. 평시 미 해군은 LA급을 가상적인 러시아나 중국의 전략원잠 기지에서 12해리 떨어진 해저로 침투시키는 작전을 반복한다. LA급 승조원들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은 산소로 호흡하며 ‘귀(耳, 소나를 의미한다)’만 세우고 있는 것인데, 이를 작전 용어로 ‘매복’이라고 한다. 매복을 할 때는 ‘수동(passive)소나’를 가동한다.

소나(sonar)에는 두 종류가 있다. 동물의 귀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상대가 내는 소리만 듣는 것’이 수동 소나다. 빛도 소리도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날아다녀야 하는 박쥐는 초음파를 쏴 메아리를 듣고, 동굴의 구조를 알아 자유 비행을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물속의 잠수함도 음파를 쏴 돌아오는 메아리 분석을 통해 움직이는 물체를 찾을 수 있다. 이 일을 하는 장비를 ‘능동(active) 소나’라고 한다. 능동소나는 깜깜한 밤 후레시를 켜 사방을 둘러보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한다.

음파를 쏘면, 상대는 수동소나로 그 음파를 들을 수 있으니, 주변에 적 잠수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능동소나를 가동하는 것은 상대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소리가 나지 않게 움직이거나 멀리 있다면, 수동 소나로는 알 수가 없으니, 전조등(능동소나)을 켜 찾는 것이다. 그때 내 위치가 노출되는 것은 ‘다음 문제’가 된다. 이렇게 소리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 잠수함전(戰)의 시작이다.

상대도 바도는 아니니 그들 기지 앞에 미국 잠수함이 매복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전략원잠을 내보낸다. 이 전략원잠은 스크루를 돌려 운항하니, 스크루 소리는 낼 수밖에 없다. 매복한 LA급은 수동소나를 통해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최선을 다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음이 들리면, 그 또한 스크루를 돌려 슬그머니 떠올라 추적에 들어간다. 적 전략원잠은 LA급이 추적해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따돌리려는 행동을 한다.

잠항속도를 높일 수 있는 깊은 바다로 나오면 갑자기 전속력을 내, LA급을 떨어지게 하는 것. 그렇게 되면 LA급은 놓치지 않기 위해 전속력을 내, ’100m 달리기’에 들어가는데, 그때 양측 원잠의 능력 차이가 드러난다. 적 전략원잠이 우수하면 LA급이 떨어지고, 그 반대면 전략원잠은 계속 추적을 달하게 된다.

도주하는 적 전략원잠을 놓치지 않았다면, 미 해군은 LA급과 추가로 투입한다. 미 공군 우주사령부에도 알려 SLBM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전문으로 포착하는 조기경보위성 DSP와 SBIRSB로 하여금 ‘그 바다’에서 SLBM이 솟구치지 않는지 감시하게 한다. 그리고 발사된 SLBM을 요격하는 미사일인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이 포함된 기동함대를 투입해. ‘바다의 요새(要塞, bastion operation) 작전’을 펼치게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작전을 펼치는 바다가 ‘공해(公海)’라는 사실이다.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 아닌데 미 해군이 가상적의 영해(領海)에서 그 나라의 전략원잠을 격침시켰다면, 이는 ‘미국이 침략’한 것이 된다. 그러나 공해는 어떠한 나라도 주권을 주장할 수 없기에, 그곳에서 가상적의 전략원잠을 격침시키면, 법적으로는 침략이 아니다. 미국은 이를 잘 알기에, 2·3·5·6·7의 다섯 개 기동함대를 전세계 공해에 보내놓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이렇게 크고 많은 기동함대를 공해에 보내놓고 있지 못하다.

전력원잠을 운영하는 러시아 북해함대는 바렌츠해기지를 모항으로 한다. 위 지도는 바렝츠해 위치를 보여준다 -위키피디아
전력원잠을 운영하는 러시아 북해함대는 바렌츠해기지를 모항으로 한다. 위 지도는 바렝츠해 위치를 보여준다 -위키피디아

기동함대에 속한 항모와 이지스함에는 잠수함 전문 추적 장비인 소노부이(sonobuoy)를 대량으로 투하할 수 있는 초계기와 초계헬기가 실려 있다. 따라서 기동함대가 참여하면 적 전략원잠 추적은 공격원잠만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쉬워진다. 그리하여 적 전략원함의 위치가 파악되면, 미국의 수상함과 공격원잠들은는 ‘너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했으니 어뢰나 폭뢰를 쏘겠다’는 의미로 일제히 능동소나를 쏜다.

농동소나에서 발사된 음파는 파동(波動)인지라 이를 맞으면, 전략원잠은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 “쩡, 쩡~”울리게 된다. 이것이 전략원잠 승조원들에게는 죽음의 공포가 된다. 적 전략원잠은 죽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결국 방향을 돌려 귀환하게 된다. 그때 미 해군이 골탕을 먹이려고 능동소나를 더 많이 발사하면, 적 전략잠함의 승조원들은 ‘소리 고문’을 견딜 수 없어 전략원잠을 부상시켜 그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이러한 행동은 완전 항복을 의미하기에, 미 해군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그가 과연 돌아가는지 지켜본다. LA급으로 맨투맨, 기동함대로 올코트 프레싱 작전을 펼쳐 가상적의 전략원잠을 꼼짝 못하게 하는 압박작전을 미 해군은 ‘요새 작전(bastion operation)’으로 부른다.


SLBM 실은 미 전략원잠은 자유롭게 다녀

미국의 정보력은 정말 대단하다. 미군은 오랜 정보활동으로 가상적국이 어디에 전략잠삼을 배치해놓았는지 파악해 놓았다. 러시아 해군은 북해와 발틱·흑해·태평양의 4개 함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략잠함은 북해와 태평양함대에만 배치해놓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흑해는 미 해군이 ‘안마당’처럼 사용하는 지중해와 통한다. 따라서 흑해에 전략원잠을 배치해놓으면 꼼짝 못하고 추적을 받아, 유사시 제일 먼저 공격을 받는다. 발틱해는 전략원잠이 움직이기에는 너무 얕고 좁은 바다이다. 그리고 주변에 지중해 이상으로 많은 친미국가들이 있으니 전략원잠을 배치할 수가 없다.

때문에 ‘탁 터진’ 북극해와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북해함대와 태평양함대에만 배치했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왼쪽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끼고 북극을 향한 바다인 바렌츠(barents)해 기지와 대한민국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 기지에 전략원잠을 배치해놓았다.

미 해군은 태평양잠수함사(司) 소속의 LA급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전략원잠을, 대서양잠수함사의 LA급으로는 바렌츠해기지의 전략원잠을 따라 붙게 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먼 바다로 나오면 6함대와 7함대로 하여금 요새작전을 펼치게 한다.

막강한 전략을 토대로 한 미 해군의 이러한 공세에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위세(威勢)’뿐이다. 전략잠함을 멀리 내보내 미국 기동함대를 출동시키게 한 후 돌아오면서, 전 세계를 향해 “봤지? 우리가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어”하는 메시지를 주는 정치 쇼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벌어지면 미 해군은 러시아 전략원잠의 소리 정보를 더 많 확보하게 돼, 다음 작전은 더 잘하게 되니,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러시아가 된다.

미 해군은 가상적의 전략원잠뿐만 아니라 공격원잠이 나와도 같은 방법으로 추적한다. 물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으니, 매복해 있는 LA급은 적 기지에서 나오는 것이 전략원잠인지 공격원잠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무조건 추적을 한다. 그러나 요새 작전을 많이 하게 돼, 적 전략원잠의 소리 특성을 완전 파악했다면, ‘지금 나오는 것이 전략원잠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된다.

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은 이지스함을 건조했지만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SM-3를 탑재하지 않았다. SM-3는 발사된 SLBM을 요격한다. -동아일보
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은 이지스함을 건조했지만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SM-3를 탑재하지 않았다. SM-3는 발사된 SLBM을 요격한다. -동아일보


위에 정리한 표에서처럼 미 해군이 보유한 전략원잠은 러시아나 중국 것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월등히 많은 공격원잠으로 가상적국의 전략원잠과 공격원잠은 거의 다 봉쇄할 수 있으니, 미국의 전략원잠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때문에 미 해군은 “가상적국의 SLBM 발사로 일어날 핵전쟁을 미 해군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과거 소련은 이러한 봉쇄를 벗어나기 위해, 군비를 늘이다 경제력이 무너지면서 러시아와 CIS 국가 등으로 쪼개지는 패배를 맛보았다.


동아일보 이정훈 기자 저널로그 http://blog.donga.com/mil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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