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씩 흰봉투 넣은뒤 가방 3개에 1억, 2억, 3억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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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수사]
成측근 “여야 실세에 6억 전달”… 대선자금 수사 기폭제 될지 주목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함께 ‘억대 돈 가방’을 포장했다는 A 씨의 주장이 여야 대선 자금 수사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성 회장이 남긴 ‘메모 리스트’엔 새누리당 대선 캠프 핵심 인사 8명의 이름과 액수가 일부 적혀 있지만, 돈을 전달했다는 일시나 장소 등이 전혀 없어 수사 단서로 삼기에는 미흡한 것이었다.

○ “토요일 밤 돈가방 3개 만들어”

A 씨가 전한 2012년 10월 중순 토요일 밤의 상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토요일 밤에 성 회장이 혼자 시커먼 가방, 미는 거를 하나 들고 왔다. 열어 보니 몇억 원이 5만 원짜리로 가득 들어 있었다. 기업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띠지가 둘러져 있었는데 성 회장이 (띠지를 뜯어낸 뒤) 가위로 잘게 잘라 화장실 대변기에 버렸다. 그러더니 흰 봉투에 그걸 하나씩(5만 원권 100장) 넣었다. 그러고 나서 카키색 서류가방에 봉투를 담았다. 포장을 끝내고 성 회장이 자기가 정리하고 나갈 테니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먼저 가라고 했다. 바로 사무실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나 돈을 건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직접 목격하지 않고는 얘기하기 힘든 구체적인 내용들이다. 특히 성 회장은 은행원의 도장과 은행명이 있는 돈다발 띠지를 일일이 뜯어내 버릴 정도로 용의주도했다.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자금 출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A 씨는 그날 밤 성 회장을 도와 함께 돈을 서류가방 3개에 나눠 담았다. A 씨는 당시 서류가방의 브랜드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서류가방은 성 회장이 투명 비닐 포장에서 직접 꺼냈다고 한다. 가방은 한 개에 대략 2억 원 정도 들어갔는데 3개 중 1개에는 3억 원을 담아 겉에서 보기에도 ‘빵빵했다’고 했다. 나머지 2개에는 1억 원과 2억 원을 담았다는 것. A 씨가 “어디로 이걸 가져갈 거냐”고 묻자 성 회장은 “앞으로 당신을 도와줄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당시 정치활동을 희망하던 A 씨의 대선 캠프 참여를 돕겠다는 뜻이었다.

○ ‘성완종 로비 대상’에 야당 인사 처음 등장

그 다음 주초에 성 회장은 야당 중진 의원을 만날 때 1억 원이 담긴 가방 하나를 들고 갔다가 나올 땐 빈손이었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그날 오전에 성 회장과 사무실에서 만났고, 성 회장이 점심 때 이 야당 의원을 만난 후 오후에 다시 만났다고 주장했다.

A 씨는 14일 본보 기자와 다시 만나서도 “성 회장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내가 역할을 다 했다. 양쪽에 모두 충분히 해뒀으니 어느 쪽이 (대통령이) 돼도 상관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 리스트와 육성 인터뷰에는 금품 제공 대상에 야당 인사가 없었으나, 처음으로 야당 인사가 등장한 셈이다.

2005년경 성 회장을 처음 알게 된 A 씨는 이후 성 회장과 사업 파트너가 됐다. 두 사람은 성 회장이 만들어 준 ‘대포폰’으로만 연락했다고 한다. 국회 앞에 있는 서울 여의도 I빌딩 사무실도 성 회장이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만들어 두라”고 지시해 자신이 2012년 7월 1년 계약으로 임차해 둔 곳이라고 했다.

성 회장은 주로 인적이 드문 주말 밤에 이 사무실을 찾았고, 한번은 A 씨에게 “사무실에 금고를 하나 갖다놔도 되겠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성 회장이 아지트 같은 걸로 쓰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A 씨 주장의 진위를 규명해 낼지는 미지수다. A 씨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A 씨가 직접 성 회장이 돈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A 씨는 “성 회장이 돈을 건넬 때는 철저히 혼자 움직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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