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동명이인 통화기록 들이대며 “회유전화 사실 자백하라” 호통친 檢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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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 검찰 출석]
홍준표 옛 보좌관 강씨 조사때 착각… 洪측 “진술 짜맞추기 수사 아니냐”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 원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엉뚱한 ‘동명이인’의 전화통화 기록을 참고인에게 들이밀며 “돈 전달자를 회유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강모 씨를 5일과 7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 씨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부탁을 받고 윤 씨에게 홍 지사 수행비서를 연결해 줬다고 지목된 사람이다.

A 검사는 강 씨에게 “당신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자살 다음 날인) 4월 10일 윤 씨의 지인 이모 씨와 통화한 직후 나경범 경남도 서울본부장(홍 지사의 의원 시절 수석보좌관)과 통화한 것으로 나온다”며 통화 이유를 캐물었다. 강 씨가 나 본부장과의 통화 사실을 부인하자 A 검사는 이어 “윤 씨와 이 씨가 ‘10일 통화에서 당신에게 돈 관련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다”며 강 씨의 ‘자백’을 압박했다. 강 씨는 “이 씨와는 ‘윤 전 부사장이 아픈데 병문안 가자’는 얘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B 검사는 “당신이 그 시점에 홍 지사와도 통화한 것으로 나온다. 무슨 얘길 나눴냐”고 물었지만 강 씨는 이 역시 부인했다. 검사들은 언성을 높이고 책상을 내리치면서 “당신 혐의가 많다. 거짓말하면 즉시 구속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며 거듭 압박했다.

두어 시간 추궁당한 강 씨는 “근거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고, 그제야 검사들은 정리해 놓은 통화 기록을 내놨다. 거기엔 ‘강○○’라고 강 씨의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이름 옆에 적힌 전화번호는 강 씨의 것이 아니었고, 비고란에는 ‘전 경남 ○○군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현 경제부총리) 비서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강 씨는 곧바로 “이분은 나와 동명이인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강 씨가 통화했다는 홍 지사의 전화번호란에 적힌 번호도 강 씨 아내의 것이었다. 강 씨는 “아내의 성(姓)도 홍 씨고 전화번호도 비슷해 착각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당황한 검사들은 이를 보고하기 위해 조사실을 나갔고 얼마 후 돌아와 강 씨에게 사과했다. 홍 지사 측은 “검찰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증거를 ‘짜맞추기’ 위해 참고인들에게 자백을 강요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동명이인#홍준표#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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