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대사에 정의의 칼세례” 영문번역서 삭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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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제목서도 ‘응당한 징벌’ 빼… 국제여론 의식, 부처 이견 있는듯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피습되자 북한은 “정의의 칼 세례”라고 논평을 내놨지만 정작 영어 번역문에는 관련 표현이나 기사 제목이 빠져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은 당일 오후 5시 50분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씨를 적극 옹호했다. 사건 당일 신속하게 논평을 낸 것은 이례적이었다. 북한은 김 씨의 폭력을 적극 두둔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곧이어 오후 6시 15분에 올라온 영문 번역에선 관련 표현이 아예 삭제됐다.

논평의 핵심을 전하는 제목도 한국어 원문은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돼 있었지만 영문으로는 ‘미국대사 남한 주민에게 공격당하다(U.S. Ambassador Attacked by S. Korean)’로만 돼 있었다. 이번 사안에 대한 북한의 핵심 논평 메시지가 영어 번역에는 아예 통째로 빠져버린 셈이다.

이를 두고 북한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여론을 의식하는 북한 외무성과 호전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려는 다른 부처 간의 이견이 반영된 결과물이 아니냐는 것이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11일 “핵심 메시지가 영문에서는 아예 삭제됐다는 점이 이상하다”며 “향후 북한 선전매체나 관련 부처 간 역할 조율과 내분 여부를 살펴볼 만한 관련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 내에 영어 능통자가 있음에도 ‘…칼 들고 달려들었다 마크.(… stormed with a knife Mark.)’처럼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나, 대사의 성(姓)인 ‘리퍼트(Lippert)’를 ‘Report’로 잘못 쓴 대목이 포함돼 이런 의문을 키웠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리퍼트#대사#정의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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