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MB 회고록, 돈 주고 사서 볼 책은 아니다”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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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2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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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2일 논란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대해 “대통령의 회고록이 이렇게 쓰여지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 그런 교훈을 주고 있다”고 혹평했다.

노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보다도 더 못한,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는 업적을 과장하는 일은 있어도 변명은 하는 이런 일은 별로 없는데 그런 점에서 실망이 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국가최고지도자 대통령의 회고록이기 때문에 국정철학과 고뇌에 대해서 살펴볼 기회가 되기를 바랐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곤경에 처했던 자신의 변명과 합리화로 가득 차 있다”고 꼬집었다. 노 전 의원은 PDF파일을 구해 전문을 읽어봤다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은 이 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비공개 정상회담에서 남한이 주도하는 흡수통일 청사진을 한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얘기했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 자랑 삼아서 얘기하는 대목은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해서 한국 역대 정부들이 흡수통일은 우리의 노선이 아니라고 천명해 왔던 바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라며 “이런 발언을 비공개 회담에서 했다고, 또 그것도 최초로 자신이 했다, 이걸 자랑삼아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심지어 한중관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히 문제가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공개 회담 내용을 공개한 것도 문제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통일 비서관을 지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NLL 대화록 유출 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나? 그 사건을 연상케 하는 그런 대통령 기록물을 불법적으로 공개한 문제, 또 공무상 취득한 기밀을 누설한 문제에 있어서 법적용의 논란까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부분이 곳곳에 나오고 있다”며 “(그런 것을 볼 때 이 책이) 국가나 국민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개인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앞세운 회고록이란 점에서 상당히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 전 의원은 이번 건은 “(전 정권이 책을 통해) 국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해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이건 정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자신들의 입장대로 해야 된다는 식으로 강요하는 것 아니냐?”면서 “강요하기 위해서 밝혀서는 안 되는 그런 기밀사항까지 다 밝혀가면서 일을 어렵게 만드는, 나도 남북정상회담을 이런 이유로 안 했기 때문에 당신들도 웬만하면 하지 마라 하면서 못하게 만드는, 그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퇴임한 대통령으로서는 금도를 벗어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 자신들의 경험을 후대에 교훈삼기 위해서 남기는 것 하고 다르게 당장 오늘과 내일을, 어떤 제반 정치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행위로써 정치를 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선 아주 공격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 전 의원은 출간 시점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점을 치고 이제 내려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고 그동안에 자신들이 어떤 정치적인 궁색한 여러 가지 대목들에 대해서 반격을 가하는 이건 단순히 지나간 2008년에서 2012년까지 5년을 갖다가 재해석한다기보다는 살아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친이(친이명박)계의 입지를 열어가기 위한 그런 행보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현 정권 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걸 통해서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좀 바꿔보려는 그런 시도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노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관한 글을 남겼다.
그는 “PDF파일로 뿌려댄 MB회고록 구해 읽었다”며 “786쪽 어디에도 철학과 고뇌는 없고 변명과 합리화만 넘쳐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고록을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주는 책”이라며 “돼지고기 한 근 값인데 돈 주고 사서 볼 책은 아니다”고 폄하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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