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北” vs “아름답고 슬픈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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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재미교포 여성이 본 ‘너무 다른 北’



수키 김(왼쪽), 신은미(오른쪽)
수키 김(왼쪽), 신은미(오른쪽)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곳입니다.”(수키 김 씨)

“(북한 여행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슬픈 여행이었습니다.”(신은미 씨)

북한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두 재미교포 여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사람은 한국계 여성 작가로 주목받는 수키 김 씨(44), 또 한 사람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열어 종북 논란에 휩싸인 신은미 씨(53)다.

두 사람은 모두 약 30년 전 한국을 떠났다. 13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김 씨는 컬럼비아대를 나와 소설 ‘통역사’(2003년)로 촉망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신 씨는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미 미네소타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을 다녀온 뒤 체험기를 책으로 펴낸 것도 공통점이다. 김 씨는 2011년 7∼12월 6개월간 평양과학기술대에서 고위층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이후 체험담을 토대로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Without You, There Is No Us)’를 출간했다. 제목은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북한 노래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가사에서 따왔다. 신 씨는 2011년 10월∼2013년 9월 여섯 차례 방북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썼다.

하지만 두 사람의 책은 정반대라 할 정도로 다르다. 김 씨는 8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북한은 위대한 수령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500만의 인간 존엄성이 없는 사회”라며 “그런 나라를 미화하거나 칭송하는 건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상류층 간부 자녀인 평양과기대 학생들도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 있다. 학생 대부분이 북한 밖 세상은 아무것도 모르고 대다수가 컴퓨터 전공인데도 인터넷의 존재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에 싫은 소리를 하면 북한에 못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 사회가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북한 장사꾼’”이라며 신 씨를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김 씨의 책에는 버스를 타고 묘향산으로 가는 동안 보았던 풍경에 대해 “한 공사 현장을 가까이 지나면서 노동자들을 보게 됐는데 쑥 꺼진 눈들과 움푹 들어간 볼, 누더기 옷, 밀어버린 머리는 마치 나치수용소 수감자들 같았다. 경호원들이 곁에 있어 말할 순 없다. (옆에 앉은 친구) 케이티는 나도 생각했던 정확한 단어를 중얼거렸다. 노예들”이라고 묘사했다.

반면 신 씨는 최근 토크콘서트에서 “사람들이 젊은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고 희망에 차 있는 게 보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행기에선 평양 거리의 모습을 “학생들이 화려한 색깔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거나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짝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정히 손을 잡고 출근하는 부부의 모습, 애인의 팔짱을 다소곳이 끼고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도 클로즈업이 됐다. 충격 그 자체였다”라고 썼다. 외곽 도로에 대해선 “군데군데 논밭 사이에 붉은 깃발과 구호들만 없다면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외가에 가며 봤던 그때 그 풍경과 꼭 같다”고 적었다.

똑같은 풍경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본 이들은 자신이 본 북한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뉴욕타임스, CNN과 인터뷰를 한 김 씨는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신 씨는 8일 대전의 한 시민단체 후원행사에 참석해 특강을 하려 했지만 지역 보수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9일 열기로 한 토크콘서트는 YMCA 측의 대관 거부로 동성아트홀로 옮겨 진행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재미교포#북한#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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